키에르케고르의 교육이론 교육학 번역 총서 5
로날드 J. 만하이머 지음, 이홍우 외 옮김 / 교육과학사 / 2003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영혼이 담긴 번역서라고 나는 맡하고 싶다. 역자 이홍우가 "임병덕 교수와 함께, 비록 한평생이 걸리더라도 이 책을 우리말로 번역하기로 결심한 것이 그 때였다"고 자기 고백을 하는 것을 보아서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역자는 둘 다 서울대 교수이다. 임병덕교수는 SK전공자이다. 그런데 이홍우교수 역시 SK에 조예가 깊다. 역자해설을 이홍우가 썼다. 이홍우는 이 책을 처음 대학원생들과 접했을 때 2, 3주 만에 저주하고 좌절하면서 포기했다고 한다. 4, 5년 후 그의 태도는 180도로 바뀌어 다시 학생들과 공부하게 되었고, 임병우교수와 함께 이 책을 평생동안에 번역하기로 결단하였다고 한다. 그의 개인고백은 이 책에 혼이 담겼음을 알려준다.

 

만하이머의 한국어 서문에서 글속에 SK에 대한 간결하고도 심도있는 소개가 적혀 있다. 그리고 교육학과의 관계성도 간략히 적혀있다. 그는 유대인이기에 SK가 밝히는 기독교인이 될 의향은 없으나, SK 사상은 '인간 발달의 철학'이며 '인간 형성의 심층논리'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그는 '언어의 마술사'이다. SK앞에서 만하이머와 역자들은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내가 보기에 솔직하다. 자신의 한계를 절망하고 있음을 그대로 고백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SK의 의도를 잘 간파한다. SK의 의도는 자신의 사상을 직접전달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실존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만하이머가 체험한 고백을 나도 절실히 공감한다. SK에 관한 글을 쓰고, 말로 교육할 때에, SK가 내 등 뒤에서, 어깨 너머에서 비웃고 있음을 느낀다. 1. 그의 의도를 잘못 파악했거나. 2. 그의 의도대로 따라가지 않고 있거나, 3. 간접전달을 직접전달로 바꾸고,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한계를 언어로 표현하여서 가짜 신의식을 조장하는 것을 문제시한다. 가짜 신의식, 가짜 변화를 말하면서도 그것을 직접 전달하거나 들은 사람들은 만족함에 빠지는 것을 보니 어찌 SK가 비웃지 않을 수 있겠는가? 따라서 황필호의 말이 옳다. 우리는 SK앞에서 절망한다.

 

이홍우의 역자해설은 진솔하다. 그는 원저에 대한 해설과 만하이머의 해석, 그 두 가지를 해설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음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는 만하이머의 의도와는 달리, 이 책의 1부인 소크라테스의 방법론을 반복해서 읽을 것을 권한다. 소크라테스는 SK의 대학 논문 주제이며, SK는 끊임없이 소크라테스를 참조하였다. 아이러니. / 참 만하이머는 인생의 삼단계의 핵심 키워드를 잘 요약해주는 동시에 각 단계사이의 요소를 드러내주고 있다.

 

이홍우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1. 진정한 기독교인이 되고자 한 SK의 간접전달을 일반교육학에도 적용가능한가? 2. 간접전달은 하나의 '방법'인가? 그래서 누구나 쓰면 똑같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그런 방법, 3.  키에르케고어의 천재성은 어디에 있는가? (언어의 마술적 능력)

 

내가 이홍우의 역자해설에게 얻은 통찰은

1. 사색일지. 저널과 다이어리의 차이이다. SK는 한 줄도 쓰지 않은 날이 없다. "Nulla dies sine linea." (No day without a line) 여기서 사색의 깊이나 표현의 정확성이 나왔다. 단순히 하루의 일지가 아니라, 사색이다. (저널, 덴마크판 20권, 영어판 7권) 여기는 그의 저서의 초고가 변경내용이 있다. 그의 이런 언어능력은 아아버지와의 '옥내산책'에 있다. 아버지가 용서받을 수 없는 죄로 밖을 나갈 수 없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그래서 옥내 산책을 하면서 아버지가 언어로 밖의 세상을 표현해주는 것을 이 어린이는 들으면서 상상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탁월한 논리가였서 집에 오는 손님들의 생각을 180도로 반박하여 바꾸어 놓는 능력을 물려받았다고 한다.

 

2. 의족비유이다. 가짜 신, 여기서는 내 것으로 내면화하지 못한 신이다. 단순히 하나의 개념과 관념에 불과하여 나의 살과 피가 되지 못한 신앙을 말하는 것이다. 만일 내 것이 되었다면, 내 다리와 내 팔을 떼어낼 수 없듯이, 그것은 내 삶이 되어야 한다. 그게 진짜 신앙이다.

 

3. 지식과 인격을 구분하는 것은 바로 직접전달의 한계를 자인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참된 교육은 여전히 인격과 함께 가는 것이라고 이홍우는 말하고자 한다. 이 점에서 SK와 공감한다. 한편 SK의 사상의 목적이 참된 인간, 참된 기독교 신자가 되려고 하는 것은 유럽중심의 제국주의이며, 타문화와 종교사상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이라고 말하면서, SK의 핵심 자체를 따르려는데는 많은 거부감을 가지는 것이 일반세상의 현실임을 살짝 비추고 있다. 나는 이홍우의 글이 진솔하며, 자기 글이며, 글표현과 씨름하는 사람임을 알고 그의 글을 기쁘게 읽었다.

 

만하이머의 글쓰기 방식이 제목에 이어서 장과 절로 죽 이어간 것이 흥미로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