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란 무엇인가
정용섭 지음 / 홍성사 / 201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용섭의 글은 목회간증이나, 신학논문, 교회성장방법론, 설교학강의나 나의 설교준비법과 다르다. 그 독특함은 설교비평에 있다. 제대로 된 설교비평을 감히 누가 하겠는가? 아무도 다른 사람들의 문제를 비판하려고 하지 않는다. 더구나 설교의 의사전달법, 설교의 포퓰리즘과 주술성과 비합리성 등에 대한 감정적인 비판은 간혹 있을 수 있지만, 이렇게 신학적이고 인문학적으로 차분하게 비평한 것은 드물다. 한국교회역사의 하나의 획을 긋는 역작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김회권의 논찬이 더욱 좋다. 저자의 설교비평가 한국교회에 기여하는 점을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정용섭이 대중에게 호소하는 것은 성령중심의 설교가 아닌 것처럼 말한다든지, 역사비평적인 방법을 쓰지 않으면 제대로 된 설교가 아니라는 인상을 준다든지 하는 것은 또 하나의 편견이 아닐까 하는 점을 시원하게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 솔직히 어떤 사람의 글이나 말을 100% 신봉하다 보면, 내것이 없어지고 유익한 게 아니라 자신감이 떨어지는데, 김회권의 논찬을 읽으니 정용섭의 글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게 되는 장점이 있다. 무조건 그의 논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는 점을 찾고, 어떤 점은 새롭게 알고, 어떤 점은 의문을 제기하거나 반론을 제기하면서 읽어가기 때문에 <건강한 독서>가 된다고 느꼈다.

정용섭은 설교를 성서신학, 조직신학, 역사신학 등 큰 범주에서 소화했고 결국 성경의 정보가 아니라 하나님의 실재성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인문학적인 소양을 가지고 설교해야한다고 주장한 점은 신선하다. 시원하다. 한 마디로 목회자의 무식함을 드러내주거나, 아니면 신학과 목회가 괴리되어 있는 건강하지 못한 한국교회의 현상을 잘 진단해주고 있다. 정용섭의 설교론은 성령론적 설교론, 삼위일체적 영성, 역사비평적 성경읽기와 영성적 성경읽기 등을 말한다. 또한 그는 판넨베르크 연구자로서 예수의 부활사건과 선취론적 종말적 관점을 중시한다. 삼위일체적 영성이라고 했을 때, 기독론 중심적인 경건주의나 청교도주의가 빠질 수 있는 현실의 책임에 대한 '자폐적 증상'을 지적한다. 기독교가 주술종교에 빠지는 것도 문제이지만, 개인적 영성에 빠져 창조질서의 보존과 동성애와 이념 등에 대한 자폐적 증상을 보이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13장으로 구성되며, 글은 매우 담백하고 정제되어 있으며, 논리적이면서도 진솔하여서 마치 저자와 대화하는 듯하다. 잘 썼다. 마지막 장에서 <나의 설교준비>를 제시한 부분을 나는 제일 먼저 읽었다. 그는 <국제성서주석>을 사용한다는 개인적인 이유를 자세히 말해주고 있으며, 설교준비에 얼마나 걸리는가, 그의 성서관, 그의 설교관 등을 진솔하고도 자세히 드러내주고 있어서 참 좋았다. 홍성사의 제안으로 이 장을 추가했다고 한다. 그리고 김회권의 논찬을 후기에 실은 것은 책의 편집자들의 섬세한 배려가 담겨 있다고 느꼈다.

정용섭의 <설교란 무엇인가> <기독교란 무엇인가>는 그의 3편의 설교비평서의 후속작이다. 나는 그의 설교비평은 간간히 읽었으나, 오히려 그가 말하고 있는 <기독교와 설교>는 더 관심있게 꼼꼼히 읽고자 해서 두 권을 구입했다. 정말 흥미롭고 추천할 만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