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엔도 슈사꾸 지음 / 도서출판 오상 / 199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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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직자들이 교회에서 가르치고 있는 하나님과 나의 주님은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고문앞에서 성화를 밟고 배교한 젊은 신부 로드리꼬의 말이다. 로드리꼬는 비록 성화를 밟고 배교했지만 그것은 주님을 배교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하나님은 성화를 밟는 행위를 통해서 사라지거나 노하는 하나님이 아니라 사랑의 하나님이었다.

또한 그의 스승이자 배교자인 페레이라 신부에 의해 제기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가 배교한 이유는 그가 전파한 하나님과 일본 신도들이 믿고 있는 하나님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일본 신도들이 순교를 감행하면서까지 믿고 있는 하나님이 그가 전파한 기독교의 하나님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는 일본신도들이 기독교를 접하기 전에 이미 그들의 전통을 선이해로 가지고 기독교의 하나님을 받아들인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각자의 역사적, 문화적 전통을 배제한 기독교의 수용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의 문화전통을 배척하지 말고 깊이 고찰하는 것이 기독교 선교에 얼마나 중요한가'하는 것을 배울 수 있겠다.

기독교는 더 이상 순교냐 배교냐하는 흑백논리에 근거할 것이 아니라 형식논리를 넘어선 존재의 근원으로서의 하나님 체험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관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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