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원칙을 넘어서 - 프로이트전집 14 프로이트 전집 14
프로이트 지음, 박찬부 옮김 / 열린책들 / 199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종교에 대한 프로이트의 사상을 대표하는 저서가 『토템과 타부』『환상의 미래』(1927)이라고 한다면, 프로이트 후기사상의 핵심이 집약되어 있는 책이 바로 『쾌락원칙을 넘어서』(1920)『자아와 이드』(1923)이다. 프로이트의 초기사상의 맥은 간헐적으로 여기 저기에 흩어져 있는 반면, 후기사상의 핵심은 이 두 책에 집중적으로 나타나 있어서, 후기사상을 공부하는 것이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또한 프로이트의 사상의 변화도 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아개념의 변화, 이전에는 에로스 본능이 핵심이었으나 후기로 들어서서는 에로스 본능이 죽음의 본능에 포함된다는 새로운 주장을 한다.)

프로이트에 대한 상반된 견해가 있다. 그를 최후의 계몽주의자(인간의 합리성을 높이 평가하여 인간를 낙관적으로 본다는 입장)과 최초의 포스트모더니스트(인류 문명에 대한 비관적인 견해)로 나뉘어져 있다. 라깡과 대상관계이론가들은 후자에, 그리고 자아심리학자들은 전자의 입장에 서있다.

『쾌락원칙을 넘어서』에서 프로이트는 진정한 쾌락은 ‘죽음의 본능’(싸나토스)에 있다고 새롭게 주장하고 있다. 죽음의 본능은 곧 열반원칙이다. 죽음은 불쾌이전의 상태, 즉 에덴의 상태로의 복귀를 의미한다. 에스로 본능는 생의 본능, 나르시시즘, 자아보존본능, 타인을 정복하는 새디즘과 동일개념이고, 싸나토스의 본능은 죽음의 본능, 곧 마조히즘이다. 여기서 마조히즘은 타인에게로 향했던 공격성이 자신에게로 향하는 퇴행(退行)을 의미한다. 결국 인간은 생으로 향하는 존재가 아니라, 죽음으로 향하는 존재이다.

초기에 프로이트는 리비도가 이고보다 큰 개념으로 보았으나, 후에는 이드가 가장 큰 개념이고, 그 다음이 이고, 그 다음으로 리비도가 이고에 속하는 개념으로 바뀐다. 또한 초기에는 성적 본능과 자아본능을 대극관계로 이해했으나, 후기에 가서는 성적본능과 자아본능은 동일한 것이며, 성적본능과 대극이 되는 것은 죽음의 본능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죽음의 본능안에 생의 본능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았다. 결국 최고의 쾌락은 자아가 죽어서 항상성을 유지하는 상태에 있다는 것이 그의 말년의 생각이다.

만하임의 지식사회학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사상이란 그 사상가의 콘텍스트를 벗어날 수 없다. 말년에 프로이트는 인간의 본능의 핵심은 생의 본능이 아니라, 죽음의 본능이라고 결론내림으로써 그를 따르던 많은 제자들을 혼란에 빠트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상은 신비주의 이론이나, 종교적 감정에 대한 더 풍성한 의미를 부여해준다는 면에서 매우 인상적이었고, 관심이 갔다. 요즘 죽음학(thanatology)라는 게 있는가본데, 이런 신비주의적, 종교적 접근이라면 죽음학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것도 흥미로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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