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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이르는 병 ㅣ 범우고전선 7
키에르 케고르 지음, 박환덕 옮김 / 범우사 / 199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키에르케고어의 생애와 작품을 알지 않고서는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 힘들다. 그의 작품이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지는 가장 주된 이유는 그의 글쓰기 방식 때문이다. 그는 '낯익은 것을 낯설게' 하는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참 자아를 발견하는 문법'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것은 참 그리스도인이 되는 문법이기도 하다. '마침내 인간이 자신에 대한 신뢰와 충족성의 환상이 부서지는 곳에 보편적 인간적인 종교성이 있다고 말한다.' 철저히 절망하라. 그리고 신앙으로 비약하는 길이 참 인간이 되는 문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그의 자아에 대한 정의가 담긴 명저이다. 그는 자아의 긴장성을 강조하면서 명사적 자아가 아니라 동사적 자아를 말하고 있다. 인간은 유한한 동시에 무한을 추구하는 분열된 존재이다. 그 원인은 신과 인간의 질적 차이에 기인하며, 그것을 죄라고 부른다. 저자는 '신에게 가까이 접근하기 위해서는 멀리 떨어져 나가야만 한다'고 역설적으로 말하면서 값싼 은혜를 팔아먹고 있는 기독교문화를 비판한다. 본 회퍼가 말했듯이, '값싼 은혜는 죄인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라, 죄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오늘날 신의 존재에 대해서 신앙의 실재에 대해서는 '괄호치기'를 하는 상황에서 그의 실존적인 신앙의 내용은 제대로 언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의 생시에 덴마크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다가 세계대전후 그의 작품이 주목을 받으면서 '실존주의 철학'의 아버지가 되었듯이 언젠가 그의 작품은 새롭게 주목을 끌게 되리라 본다.
박환덕 선생님의 번역의 문체가 중후하고 깊은 여운을 남겨서 고전작품을 한글로 번역하는데 적합하다는 인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