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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 신달자 에세이
신달자 지음 / 민음사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시인 신달자의 수필이다.
읽고 싶다. 읽고 싶다. 생각은 하루에도 수번 했지만 매번 머리맡에 올려두고 잠이 들기 일 수였다. 그러다 어린이날 휴일을 겸한 3일간의 황금연휴 여행길에서 책을 제대로 펴게 되었다. 큼직한 여행 가방에서 책을 꺼냈을 때 여행 동반자(?) 우리언니가 한 말씀 하셨다.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는데 너 이해하겠어?”라고,
그 말을 들을 때에는 코웃음을 날려 주었는데, 한 장 한 장 넘길 때 마다 웃어넘길 일만은 아니구나 싶었다.
작가는 희수에게 누구에게도 말 한적 없이 간직해왔던 결혼이야기며 남편이야기를 들려준다. 얼마나 자신이 미련했었는지 그리고 상처받았는지를 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도도하게 그리고 잘난 여자로 살고 싶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세 아이의 엄마가 되고 팔순노인의 며느리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나의 꿈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없었음을 말이다.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는 신달자 시인의 마지막까지 내보이고 싶지 않은 그 부분을 끌어내어 한권의 책에 옮겨 놓은 듯하다. 대한민국 모든 여자가 마음에 품고 있지만 결코 긴 시간의 수다에서도 선뜻 꺼내 놓지 않는 이야기. 그래서 여자라면 ‘아, 맞아. 맞아.’를 읽는 동안 연신 입 밖으로 낼 것이다.
출렁거리는 버스 안에서 흔들흔들하지만 그래도 두 손으로 꼭 잡고 책을 읽고 있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제 내 나이 스물일곱도 중반에 이르고 있다. 이 나이라는 숫자에 맞추어 행동해야 할 것들, 그리고 이루어 내야 할 것들이 어디에 명시되어 있는 것이나 한 것처럼 그렇게나 많은 줄 몰랐다.
처음 맞이한 스물일곱이라는 공포도 어마어마했었는데, 아마도 마흔은... 헌데 그때서야 생의 걸음마라니... 갈 길이 먼듯하다. 지금 현재를 차곡차곡 열심히 살면 그때에 후회거리가 하나쯤은 줄어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