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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공자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최인호님 근간에 편찮으신 와중에도 소설 공자와 소설 맹자를 탈고하셨습니다. 두 권을 모두 읽는다면 공자부터 읽는 것이 우선이겠지요. 적당히 두툼한 볼륨에 고급스런 장정이 읽는 기쁨을 배가시켰습니다. 정숙한 기분마저 느끼게 하는 표지는 단아하고도 고고한 학자의 풍모를 연상시키는 깔끔한 북디자인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소설 공자’는 기원전 5∼6세기에 걸쳐 실존했던 이야기입니다. 공자는 정치를 통해 이상국가를 실현하고자 했고 그런 뜻을 품었던 공자의 행보를 이야기로 담았습니다. 기원전 517년에 고향인 노나라를 떠나 제나라를 향해 14년간 떠돌아다닌 과정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 과정의 숱한 일화와 제자들과의 문답이 등장합니다.
최인호 작가는 자신만의 해석으로 그들의 문답에 개입한다. 공자가 꿈꾸던 이상주의적 가치관은 이 시대를 사는 저에게도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같은 꿈을 꾸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공자는 이상을 실현하지 못했고 그로인한 좌절을 통해 드러나는 욕망의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작가는 이 문제를 깊이 들여다봤다.
공자의 행적을 작가 고유의 관점으로 재구성하고 현대적 의미를 부여하여 새로운 창작물로 승화시켰습니다. 교육자와 철학자로 위대한 족적을 남긴 공자도 개인으로는 행복하다고 할 수 없는 일생을 살았다고 합니다. 어버이를 여의었을 뿐만 아니라 아들 리와 가장 아끼던 제자 안연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큰 슬픔을 겪었습니다.
자신의 뜻을 펼칠 곳을 찾아 여러나라를 전전하였습니다.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면서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기 도하고 목숨을 위협 받는 상황에 처하기도 합니다. 노년에는 '시경’, '서경’, ‘춘추’를 엮었는데 그중에서도 '역경’묶은 끈이 세 번이나 떨어질 정도로 열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권력 앞에서도 교언영색하거나 곡학아세하지 않는 공자의 태도는 이 시대에도 큰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논어에서 교묘한 말과 아첨하는 얼굴을 하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 적다고 말씀하셨죠. 제자들을 가르칠 때나 권력자가 국가경영을 위한 조언을 구할 때에도 직언얼 아끼지 않은 공자.
그것이 공자가 그의 이상을 펼치지 못하고 주유열국한 이유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하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공자를 최고의 학자로 만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철학은 복잡하고 심오한 사상과 깨달음보다 그것을 실천하는데서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깨달음에 그치지 않고 항상 실천으로 옮겼다는 것이 바로 공자의 위대함을 발견합니다.
이후 고향의 젊은 인재들을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다가 기원전 479년 73세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하셨습니다. 작가는 가톨릭이라는 종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시각에서 공자가 꿈꾸었던 이상주의적 가치관과 그것의 좌절을 통해 드러나는 욕망의 문제를 작가후기에 언급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작가의 생각이 가장 잘 나타나 잇는 문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공자와 맹자가 살던 춘추전국시대는 같은 동양권이어서 일지는 몰라도 예수가 살던 로마시대보다 오히려 더욱 오늘날의 현실과 닮아있음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꼬박 무리를 하면서 「공자」와 「맹자」를 따로 뽑아내어 오래전부터 구상하고 있던 독립된 책을 펴내는 작업을 하였다. 아아, 이 신춘추전국의 어지러운 난세에 이 책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좋으련만. 그런 바램이야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헛맹세와 같은 것. 어차피 봄날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