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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독
이기원 지음 / 마인드마크 / 2024년 12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기원 작가의 소설 쥐독... 말 그대로 쥐를 가둬두는 독을 이야기합니다. 독 안에 쥐 여러마리를 가둔 채 먹이 주는 것을 중단하면 서로 잡아먹기 시작하고 최후엔 한마리만 남습니다. 그 남은 한마리를 다시 풀어 놓으면 집 안의 모든 쥐를 그 넘이 잡아먹고 다니게 됩니다. 이미 동족의 살을 먹는데 거부감이 없어진데다 살아남느라 포악한 성격만이 남게 된 덕분이죠..
21세기 중반, 전 세계는 새로운 전염병의 출몰로 아포칼립스 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대도시는 대한민국의 서울.. 그러나 핵심 기업체들의 모임인 전기련이 모든 부와 권력을 독점하게 되고 일반인 대다수는 그들의 착취와 억압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되죠..
이런 착취 계층 구조에서조차 밀려난 이들이 자리잡게 된 곳이 지금의 강남 지역이라 할 수 있는 '쥐독' 구역입니다. 2구역의 평범한 노동자였던 민준이 어느 날 쥐독으로 탈출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죠. 그와 지식인 태일을 중심으로 거대한 항쟁의 물결이 일기 시작합니다.
기득권에 대항하는 하위 계층의 흔한 투쟁물 정도로 볼 소설이 아닙니다. 이 소설의 상위 2%는 착복식이라는 의식을 통해 새로운 육체로의 순환이 가능합니다. 즉, 죽음 자체를 극복한 것이죠. 죽음이란 것이 사라진 이상 더 이상 이를 미끼로 인간을 홀리는 신이란 존재도 여기선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득권 스스로가 신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런 시스템을 파괴하는 것은 단순한 권리 찾기 투쟁으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이미 신이 되어 200년 가까이 살아온 그들에게 죽음이란 것을 부여해주어야만 진정한 평등이 실현되는 것이겠죠..
소재가 소재인만큼 굉장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SF 소설입니다.
늘상 견고해만 보이는 기득권 세상이지만 분명 자체 모순이 존재하고, 그들이 쌓아온 철옹성은 수많은 피압박 계층의 피와 눈물이 서려있기 마련입니다. 작금의 우리 지도자조차 스스로 자폭해버린거나 마찬가지지만 이를 가능케한 것은 그의 무능력과 불공정함에 분노한 국민들의 꾸준한 항거였다고 봅니다.. 읽는 내내 지금의 현실이 오버랩 되면서 더욱 의미심장하게 읽었던 소설 '쥐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