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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의 인생 수업
이시형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5월
평점 :
누구나 살아가는, 아니 살아내야 하는 인생은 특별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순탄치 않다. 앞서가신 선배님들의 조언을 통해 나를 성찰하고, 정도로 가고자 한다. 그러나 그런 조언을 할 만한 어른, 그리고 선배가 흔하지 않다. 갈 바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인생에 대한 조예가 깊은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기에 귀한 선배의 조언이 담겨 있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을 지은 이시형 원장님은 TV와 책을 통해서 접했었다. 그가 전공한 정신과 및 뇌과학에 관련하여 아주 냉철하게 진단하고 문제에 대한 해결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았다. 아울러, ‘세로토닌하라’는 책을 통해, 정신의학계의 분야 및 용어를 접했고, 자신도 모르게 잘못 형성된 심리적인 습관 및 태도, 앞으로 건강한 마음을 갖기 위해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말씀해 주셨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러한 주도면밀한 모습을 탈피하여 자서전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1부에서는 90평생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기억에 남는 즐거웠던 일과 슬펐던 일, 어려웠던 일과 성공했던 일 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6.25 전쟁기를 보내셨던 저자와 가족들, 미군 부대 하우스보이의 시절을 보냈다는 것은 전혀 몰랐던 내용이었다.(이시형 원장님을 좀 젊게 봤던 것 같다.) 그가 미국 예일대를 졸업하고 의사 생활도 순탄하게 보냈을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타파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시형 원장님의 인생은 그 누구도 살아낼 수 없을 정도로 어렵고 힘들며 절박함으로 버티고 또 노력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오셨다.
2부에 나오는 인생 수업 9교시는 이시형의 ‘잠언’이라고 할 수 있다. 고통, 존재, 타인, 친구, 부모, 자녀, 부부, 고독, 행복이란? 이렇게 9가지 주제에 대하여 반 페이지 또는 한 페이지로 그의 생각을 말해준다. 기억에 남는 것은 고독에 대하여 저자는 고독력을 기르라고 한다. 외롭고 고독하기에 그것을 벗어나려는 것보다는 그 고독을 즐기라는 말이다. 세상을 바꾸고 선한 영향을 끼친 위인은 고독력이 강했다고 한다. 고독력... 나는 얼마나 있는가?
마지막 3부에는 현재 한양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고 심리상담가이자 문화심리학자인 박상미 교수님과의 인터뷰 내용이 나오는데 흥미로웠다. 저자의 인생을 돌아보며 얘기하기에, 1부에 나왔던 내용과 겹치는 부분도 조금 있지만, 스스럼없이 편하게 인터뷰한 내용을 챕터별로 잘 편집하였고 남은 인생에 자신의 꿈까지 나누는 모습을 보며 아직 끝나지 않은 스토리를 기대하게 하였다.
이시형 원장님께서 이 책에서 말한 “내가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살려지고 있다.”는 글귀가 잊히지 않는다. 실패는 90세 이후에 논하라는 말 또한 그렇다. 우리는 쉽게 성공과 실패를 평가하는데, 그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호흡하며 지금 환경 속에서 긍정의 마음으로 한 걸음씩 내딛고,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며 감사하게 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깊은 터널 속에서 힘들어하고 지쳐있는 자, 자신을 깊이 성찰하고 한 걸음을 내딛고자 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