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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등사
다와다 요코 지음, 남상욱 옮김 / 자음과모음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다와다 요코’는 독일어와 일본어, 두 언어로 작품을 쓰는 여성 이민 작가이다. 이 책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의 근미래 일본의 모습을 디스토피아적으로 상상하여 미래에 벌어질 일본의 끔찍한 상황을 묘사해서 그려냈다.
*이책은 [헌등사]를 포함 [끝도 없이 달리는] [불사의 섬] [피안] [동물들의 바벨] 이렇게 총 5개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다. 무섭고 슬프고 안타깝고 이런 온갖 감정으로 묘한 기분을 감당하기가 다소 버거웠다. 외면하고 싶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고 온갖 심정이 다 생기는 소설. 이 소설이 차라리 오로지 픽션이기만를 소망하는 마음도 들었다.
쓰나미와 함께 터져버린 최악의 원전 사고라는 이런 대재난 속에서 인간의 존재는 대체 무엇인지. 인간의 존엄성 자체를 지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지금의 상황 자체도 되돌리기엔 불가능해 보임에도 불구하고. 요즘의 일본의 정책들은 인류의 미래에는 관심 없는 듯. 그저 현재 언론만을 수습하려고 작정한 태도에도 분노가 생긴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으나. 일본 정부는 이 사실을 더욱 축소, 은폐하려고만 하고. 일본인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 상황. 원전 사고 이후의 시대는 차라리 노인들이 더 건강할 만큼 아이들의 건강 상태는 더 끔찍하게 병들었고. 에도시대처럼 쇄국정책을 유지한다.
이 소설에서 묘사되는 일본의 풍경은 무섭고 낯설고 기괴한 상황이지만. 내용 자체가 너무 현실성 있는 공포로 느껴지는 건 현재에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미래의 모습이 상상 가능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공감 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결코 소설로만 인지하기엔 일본의 많은 이들이 이런 디스토피아적인 상황을 좀 더 주의 깊게 인지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인간의 가치와 삶이 무엇이길래. 최악의 재난을 겪은 땅에서도 최대한 평범한 삶을 살아가려 하루하루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욱 안쓰럽고 아프게 느껴진다. 헌등사에 등장하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게 병들어버린 아이 ‘무메이’(이름이 없다 뜻)의 인생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두렵다.
작가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일본 상황에 대한 기사 중에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멜트다운 이후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교토로 피난을 간 가족의 기사 밑에 달린 “자기만 도망치는 것은 비겁”하다는 취지의 댓글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불사의 섬]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그 후 [불사의 섬]을 장편으로 확대시킨 작품이 바로 [헌등사]라고 한다.
“이것은 분명 일본의 패스포드이지만요, 나는 이미 30년 전부터 독일에 살아 살고 있고, 지금 미국 여행에서 돌아온 거예요. 그 이래로 일본에 가지 않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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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떨리는 손가락 끝으로 그것을 받아 쥐었다. ‘그 이래로 일본에 가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자신의 결백함을 증명하려고 한 자신이 한심했다. ‘일본’이라는 말을 들으면 2011년에는 동정을 받았지만 2017년 이후에는 차별받게 되었다. -p.213-214 (불사의 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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