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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뺏는 사랑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7년 6월
평점 :
피터 스완슨은 인간이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주로 외면하게 되는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가장 담담하고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당연한 듯 믿었던 일반적인 도덕성들을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보여주면서 외면하기 힘든 몰입도로 빨려 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이번 소설 [아낌없이 뺏는 사랑]은 스토리 또한 표지에 걸맞게 강렬한 흡입력이 돋보인다. 읽다 보면 어느새 주인공 조지에게 감정이입이 돼서 악녀 리아나의 행동에 분노가 일어나지만. 반대로 답답하기 그지없는 조지에게도 결국 스스로의 선택들로 망가진 인생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이니.
조지가 엄청난 사건들의 상황에 비해서 너무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성격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혹시 현실에서 실제로 만난다면 지극히 평범한 보통 사람의 입장일 것이다. 리아나와 극적인 첫사랑에 빠질 때도 그 모습은 지극히 평범한 사랑 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모든 평범한 희망적인 감정들이 리아나라는 단 한 명의 여자로 인해 한 남자의 인생이 너무 무참히 불행으로 성큼성큼 다가가는 모습이 굉장히 안쓰럽게 느껴진다.
불운한 과거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자기애에 허우적대는 이기적이고 메마른 불쌍한 영혼인 리아나. 현실에의 보통 사람이라면 욕망을 이루기 힘들었다고 리아나와 같은 행동을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리아나 같은 상황에서 뭔가 비슷한 생각 또는 선택을 했더라도, 시작하기도 전에 또는 시작하자마자 더 치유하기 힘든 깊은 후회의 상처를 스스로 입지 않았을까…이것이 일반적인 도덕성일 것이다.
주인공 조지는 첫사랑이라는 꿈을 특별하게만 바라보려는…첫사랑을 가장한 감정에 대해 집착하는 어리석음을 가진 것 같다. 이런 감정들로 인해 망가져가는 모습이 안타깝다. 이 소설을 모두 다 읽고 나니 뒷이야기가 궁금해지고. 리아나의 입장에서의 이야기들도 궁금해진다.
이 책은 몰입도와 가독성이 상당히 뛰어난 편이다. 작가가 독자에게 주인공의 상황과 감정을 표현해주는 방식이 일일이 설명하고 나열해주는 꼼꼼하며 친절한 스타일이라서 글체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모든 배경들이 하나씩 그려지면서 읽히고 주인공의 작은 감정들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쉽게 나열하듯 표현되어 있어서. 이 면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읽는 도중에 너무 깊이 생각해야 하거나, 헷갈리거나, 이해가 안 가서 몰입도가 떨어질 일이 거의 없는 상당히 매력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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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3
매일매일 낮은 문 뒤에 감춰진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는 기분이었다. 조지에게 그 강렬한 일주일은 슬픔과 맞닿아 있었다. 책을 많이 읽은 터라 첫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이 사랑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랐던 그의 소원은 결국 이루어졌다. 접이식 침대보다 더 크지도, 더 편하지도 않은 리아나의 싱글베드에서 보낸 일주일은 그의 기억 속에 낙인처럼 찍혔기 때문이다.
-p.287
”그렇지 않아. 네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겠어. 나이를 먹으면서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거잖아. 난 그냥 과거로부터 달아난다거나, 부모와 의절할 수 있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라는 거야. 그건 불가능해. 겉보기에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가능해 보일지 몰라도 본질적으로 우린 누구나 과거의 산물이야."
"그럼 사람은 변할 수 없다는 거야?"
"그런 뜻이 아냐. 누구도 과거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는 거지. 좋든 싫든."
- 책 속의 이야기 만큼 강렬한 붉은색이 너무 이쁜 [아낌없이 뺏는 사랑] 가제본을 미리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