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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중록 1 ㅣ 아르테 오리지널 1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평점 :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같이 짜릿하게 설레면서도 따뜻한 감동이 느껴지는 매력적인 사극 로맨스 추리 소설. 이 소설에 표현되는 작은 디테일들을 눈으로 따라 읽다 보면 머릿속에서 세세한 장면들이 펼쳐지는데. 이토록 묘사가 매력적인 소설의 맛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 같다. 이 덕분에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는 재미가 상당하다.
온 가족을 살해했다는 억울한 누명을 쓴 비범한 추리력을 가진 열일곱 남장 소녀 황재하. 대단한 통찰력과 천재적 기억력과 함께 속을 알 수 없는 기왕 이서백. 그리고 범상치 않은 주변 인물들이 연결된 미스터리한 사건의 추리로 인해 지루함 없이 매우 흥미진진함을 경험하게 된다.
1권에서는 특별히 로맨스라고 할 정도의 장면들은 깊이 나오지 않지만. 왠지 심쿵 될 것 같은 장면들로 인해 설렘이 기대된다. 각각의 인물의 특징이 흥미롭고. 실타래같이 묘하게 얽힌 사연들, 뒤로 갈수록 점점 더 궁금해지는 추리가 쫄깃쫄깃하게 매력적이다. 다음 2권에서 이 이야기들이 어떻게 연결될지 너무 궁금하고 기대된다.
눈앞의 소녀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죄명과 원한을 짊어지고도 머뭇거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본래의 연약함과 온화함은 모두 깊이 묻어버리고 필사적으로 앞으로, 빛이 있는 곳을 향해 나아갈 뿐이었다. 오랫동안 잔잔하기만 했던 이서백의 마음에 순간 미세한 동요가 일었다. 마치 봄바람이 깊은 호수의 수면 위를 스치며 일으킨 잔잔한 물결 같았다.
“그래, 나는 너를 믿고, 너를 도와줄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의 너의 인생은 내게 맡겨야 할 것이다.” 만년설로도 결코 무너뜨릴 수 없는 견고함이 느껴졌다. -p.89
문득 이서백은 텅 빈 하늘 같던 자신의 인생에 어느샌가 새하얀 구름이 덧칠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5월의 맑게 갠 하늘처럼 맑은 소녀가 어느 날 갑자기 이서백의 운명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때부터였다. 서로 대립해도 좋았고, 얽히는 것도 좋았다. 그렇지만 이서백의 인생에서는 역시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가며 서로를 잊는 게 제일 좋으리라. -p.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