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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의 밤 ㅣ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박솔뫼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평점 :
이 대한민국 안 어딘가에 과거의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온전히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이 소설은 여행하며 읽기에도 정말 좋고. 집에서 읽어도 주인공들에 빙의되어 함께 여행을 떠난 기분이 느껴지는 책이다.
작가의 글은 의식의 흐름대로 쓰여진 듯 자유로운 시각이 인상적인데. 크게 따지지 않고 작가가 나열한 단어대로 또박또박 읽다 보니 이 소설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흠뻑 즐기며 읽게 되었다.
사이비 종교단체에서 도망쳐 나왔으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미', 성전환 수술로 남자로 살고 싶지만 주민등록상 2번이라는 숫자를 지닌 채 살아가야 하는 '한솔'
부산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상대방의 정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만난 두 사람.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느끼는 편안함. 이런 상황을 읽다 보면 어느새 두 사람의 심리에 빠져들게 된다.
이 소설 안에 등장하는 한솔과 소설책과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도 책을 좋아하는 한 독자로써 큰 흥미로움을 유발시켰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먹을수록 많은 기억들이 파편처럼 흐트러지고 어렴풋이 흐려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렇기에 작가가 표현하는 이 소설 속 표현들이 개인적으로 많이 와닿았다.
나는 혼자 서 있는 사람이야.
ㅡ> 나는 혼자 서 있고 가끔 벼랑 끝에 서 있고 지금도 혼자 있다. 외롭거나 고독한 것, 처참하고 우울한 것과 무관하게 모든 개인처럼 혼자 서 있다. 혼자서 있는 사람으로 서 있다. 나는 모든 혼자 서 있는 사람처럼 서 있나? 아니면 나는 다른 사람으로 모든 사람들과 다르게 혼자 서 있나? 아니 나는 혼자 서 있고 멀리 다른 혼자 서 있는 사람들이 있다. -p.9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