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아델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이현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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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와 거짓말 그리고 배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이 소설은 무엇보다도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_레일라 슬리마니



통제를 벗어난 충동적인 성적 욕망 속에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생각보다 고독한 아픔으로 뒤덮여있다.



"만족을 모르는 인간은 주위의 모든 사람을 파괴하는 법이야." -p.276



표지에서부터 느껴지는 왠지 모를 아픔은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이어져 짙은 슬픔이 올라온다. 이 책은 처음부터 수위가 다소 세다. 아델의 성적 욕망은 대단히 도발적이면서도 파괴적이다.



하지만 그녀가 주체할 수 없는 욕구를 채우기 위해 아무리 과감하고 도발적이고 외설스럽더라도. 결국은 그녀 속의 헛헛함을 감당하기 힘들어한다.



영원히 충족되지 않을 만큼의 고독함. 스스로를 파괴해 갈 만큼 성에 집착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성관계 후 그녀가 느끼는 감정에는 안쓰러운 슬픔이 느껴진다.



그녀는 왜 이렇게까지 절망적이고 처절할 만큼 성에 관해 집착하게 되었는지. 모성애마저도 인생의 숙제처럼 버거워하는 그녀의 행동을 그저 흡수하기엔 껄끄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여성의 성욕을 파고들며 다루지 못했던 이야기를 그저 냉소적인 듯 낱낱이 글로 펼쳐 보이는 '레일라 슬리마니'만의 특별한 소설적 시각이 돋보인다.



뤼시앙(아델의 아들)은 버겁다. 아델에게 뤼시앙은 좀처럼 맞추기 힘든 거북한 존재다. 아델은 복잡하게 뒤얽힌 여러 감정선 중 어디에 아들을 위한 사랑을 품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아이를 맡겨야 한다는 패닉 상태, 옷 입힐 때의 짜증, 잘 나가지 않는 유모차를 밀고 언덕을 기진맥진 오를 때, 그 모든 일들에 분명 사랑이 있다는 걸, 그녀는 의심치 않는다. 서툴게 매만진 사랑, 일상의 희생양.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낼 수 없는 사랑.


아델은 결혼한 것과 한 치도 다르지 않은 이유로 아이를 낳았다. 세상에 귀속되어 타인들과 그 외 모든 것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였다.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면서 아델은 누구도 그녀로부터 제거할 수 없는 존중의 후광에 둘러싸이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그녀는 고통의 저녁에 몸을 숨기고, 방탕의 나날에 기댈 곳이 되어줄 피난처를 스스로 만들어나갔다.  -p.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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