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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멋진 도망 - 까미난떼, 끝인 줄 알았던 순간 다시 걷기 시작하다
나상천 지음 / 오리지널스 / 2026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과 콩나무를 통해 오리지널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나상천 저자의 <어느 멋진 도망>

나상천 작가님의 ‘어느 멋진 도망’은 K팝 기획자이자 극작가로 활동해 온 작가가 자신의 현장 경험과 산티아고 순례길의 기억을 바탕으로 쓴 첫 장편소설입니다. 대중문화 현장에서 오래 일해 온 작가님답게 인물의 감정선과 장면의 흐름이 매끄럽고 이야기 전체에 생동감이 넘칩니다. 무엇보다 삶의 무게에 지친 사람들에게 조용한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라는 점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목차
프롤로그 떠나면 비로소 마주하는 또 다른 나
PART 1 출발
PART 2 걷기
PART 3 멈추다
PART 4 생각하다
PART 5 또 다른 시작
에필로그 순례길 1년 후, 까미난떼에서 보내온 초대장
작가의 말
인물 소개
- 킴스: 아내를 잃은 뒤 요리사로 새 삶을 시작한 중년 셰프입니다. 상실 이후의 삶을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 도로시: 오디션에 계속 낙방하는 싱어송라이터 지망생입니다. 꿈을 향한 좌절과 재도전의 감정이 중심에 놓인 인물입니다.
- 로저: 구독자 33만 명을 목표로 도전 중인 유튜버입니다. 현실적인 성공 압박과 불안정한 자아를 안고 순례길에 오릅니다.
- 준상: 무거운 비밀을 품고 길 위로 숨어든 스물한 살 대학생입니다. 예기치 못한 사고를 피해 도망치듯 순례길에 오른 인물로, 도망의 감정을 대표합니다.
이 소설은 현실과 꿈 사이에서 방황하는 유튜버 로저, 상실의 아픔을 딛고 삶을 붙들려는 셰프 킴스, 반복되는 탈락 속에서 꿈이 흔들리는 싱어송라이터 지망생 도로시, 그리고 사고를 피해 도망치듯 숨어든 대학생 준상이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나 함께 걷는 여정을 그립니다.

800km의 길 위에서 이들은 각자의 상처와 상실, 죄책감과 불안을 안고 부딪히고 오해하며,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낯선 동행이었던 네 사람은 함께 걷고, 먹고, 쉬는 시간을 통해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 갑니다. 33일 동안 같은 길을 걸으며 상처를 마주하고 변화해 가는 모습은, 단순한 여행담을 넘어 도망쳐 온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치유형 성장 서사로 다가옵니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도망’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목인 ‘어느 멋진 도망’이 함축하듯, 때로는 도망이 유약함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한 용기 있는 선택일 수 있으며, 잠시 멈추는 일이 오히려 다시 시작하기 위한 도약의 준비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상처는 단번에 치유되지 않지만, 누군가와 나란히 걷는 것만으로도 위로받을 수 있고 삶도 조금이나마 달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가 따뜻한 울림을 줍니다. 또한 산티아고 순례길의 풍경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독자 역시 인물들과 함께 길 위에 서 있는 듯한 깊은 몰입감을 느끼게 합니다.

결국 이 소설은 실패와 상실 속에서도 다시 걷게 만드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위로의 이야기입니다. 일상에 지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거나 앞으로 나아갈 용기가 필요한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직접 떠나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당장 그럴 여유가 없다면 이 책을 통해 그 길 위의 온기와 분위기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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