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치라이트와 유인등 ㅣ 에리사와 센 시리즈 1
사쿠라다 도모야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친구의서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사쿠라다 도모야 저자(구수영 옮김)의 <서치라이트와유인등>
1977년 홋카이도 태생, 사이타마 대학교 이학부 석사라는 사쿠라다 도모야 작가님의 이력은 그의 작품 세계를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뼈대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매미 돌아오다>를 읽으며 느꼈던 그 강렬한 인상이 이번 <서치라이트와 유인등>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습니다. 작가님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역시 읽길 잘했다'는 확신이 기분 좋은 만족감으로 변합니다. 사쿠라다 도모야 작가님의 작품을 두 권이나 소중히 소장할 수 있게 되어, 독자로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충만한 마음입니다.(출판사 서평에서는 <서치라이트와 유인등>을 이 작가가 어디까지 나아갈지 짐작조차 되지 않으면서도 기대감에 마음을 부풀게 하는, 눈부신 출발점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소설의 중심에는 세상만사에는 무심해 보이지만, 오직 곤충을 관찰할 때만 눈이 번뜩이는 기묘한 탐정 '에리사와 센'이 있습니다. 그는 인간의 복잡한 감정에 휘둘리기보다 철저히 '생태적 사실'과 곤충의 습성을 바탕으로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추적합니다.
<목차>
-서치라이트와 유인등
-호버링 버터플라이
-나나후시의 밤
-화재와 표본
-대림절의 고치
-저자 후기
사쿠라다 도모야 작가님의 탁월함은 단순히 방대한 곤충 지식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그는 생존을 위해 곤충이 선택하는 처절한 전략들을 인간의 뒤틀린 욕망이나 깊은 슬픔과 절묘하게 병치하며 독특한 서사적 깊이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이학도 출신답게 과학적 프로세스를 통해 흩어진 단서들을 정교하게 맞물려 놓는 '가설 검증의 미학'은, 본격 미스터리가 선사하는 지적 카타르시스를 완벽하게 충족시킵니다. 차갑고 예리한 문장 기저에 흐르는, 상처받고 고립된 이들을 향한 뜻밖의 온기 또한 인상적입니다. 이 모든 논리적 설계 위에서 피어나는 반전은 결코 작위적이지 않으며, 오직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필연적인 결말로 독자를 이끕니다.
이 단편집을 관통하는 통찰은 결국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로서 본능과 결핍에 흔들리는 존재'라는 점입니다. 빛을 향해 무모하게 달려드는 곤충의 본능이 파멸을 부르듯, 우리 인간 역시 욕망이라는 '유인등'에 이끌려 스스로를 망치기도 하고, 진실이라는 '서치라이트' 앞에 발가벗겨지기도 합니다.
작가님은 곤충이라는 창을 통해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본질을 비춥니다. 때로는 대벌레(나나후시)처럼 자신을 지워 숨고 싶어 하고, 때로는 고치처럼 단단한 껍질 속에 자신을 가두려 하는 우리네 모습 말이죠. 하지만 에리사와 센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깨닫게 됩니다. 비록 진실이 서늘하고 아플지라도, 자신의 본모습을 직시하는 것만이 고립된 세계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열쇠라는 사실을요.
손전등 불빛에 의지해 성경의 한 글자 한 글자를 손끝으로 짚어가며 필사적으로 의미를 붙잡으려 하는 소년. 지붕 아래인데도 어째서인지 내리고 있는 눈송이와, 눈송이에 덮여 사라져가는 성경 속 ‘죄‘라는 글씨들. 눈은 마침내 신의 몸에 쌓이고, 그는 누에고치가 된다. 손전등 불빛을 받아 은은한 주황빛으로 빛나는 고치.
……
“네. 제가 말하고 싶었던 게 바로 그겁니다.”
눈은 내일이면 흔적도 없이 녹아버리리라. 그때까지 그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다락방으로 맞으러 가자. 그는 아직 어린아이이고, 게다가 배고픔은 악마에게 틈을 내주는 법이니까. 아직은 누에처럼 돌봐줘야 한다. 오시코시는 그렇게 마음 속으로 결심했다. p275~276
저는 이전에도 계속 말씀드렸듯이 단순히 미스터리의 도구로 곤충이 등장하는 수준을 넘어, 곤충의 생태와 인간의 삶을 유려하게 연결 짓는 작가님의 시선이 가장 놀라웠습니다. 평소 작은 생물들의 세계에 호기심이 많거나 곤충에 깊은 애정을 가진 분들이라면, 페이지 곳곳에 녹아있는 정교한 묘사 덕분에 이 작품이 인생작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현대 사회의 고립과 관계에 대한 묵직한 성찰을 담은 이 작품은 단연코 올해 읽은 미스터리 중 베스트입니다. 에리사와 센이라는 독보적인 캐릭터, 그리고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공감이 공존하는 사쿠라다 작가님의 세계관에 발을 들인 독자라면, 누구나 그의 다음 행보를 간절히 기다리게 될 것입니다.
좋은 책을 보내주신
@mytomobook
@knitting79books
감사합니다!
#도서제공 #내친구의서재 #사쿠라다도모야 #서치라이트와유인등 #구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