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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느린 작별
정추위 지음, 오하나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8월
평점 :
*다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정추위 저자(오하나 옮김)의 <아주 느린 작별>
이 작품은 치매에 걸린 배우자를 돌보는 노년의 삶을 진솔하게 담아낸 책입니다. 대만의 세계적 언어학자인 작가님께서 40년 넘게 함께한 배우자가 점차 말을 잃어가고 기억을 잃어가는 상황 속에서 겪는 일상과 감정을 섬세하고 진심 어린 문장으로 풀어냅니다.
언젠가 주치의에게 들었던 ‘과정’이라는 표현이 문득 떠올랐다. 알츠하이머는 돌이킬 수 없는 병이라 모든 증상이 다 ‘과정’이라던. p6
이 책은 단순한 간병 기록을 넘어, 치매가 덮쳐와 변화하는 관계와 침묵의 무게, 반려자를 하루하루 잃어가는 작가님의 슬픔, 점점 다가오는 불안과 무기력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꺾이지 않는 사랑과 단단한 생의 의지, 인내 등을 깊이 있게 성찰합니다.
계약 후 불과 4개월 만에 완성된 원고는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라 대만 전역을 눈물과 감동으로 물들였다고 합니다. 또한 국내 유명 사진작가 GABWORKS의 작품을 수록하는 등 상실 속에서도 변치 않는 생의 의지를 아름답게 담아냈습니다.
특히 치매라는 주제에 대해 의료인이나 가족들의 경험담으로 접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언어학자의 시선으로 언어와 소통의 상실을 경험하며 그 의미를 사유하는 점이 이 책의 색다르고 고유한 강점인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서는 배우자가 말할 수 없게 되었지만, 침묵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인간 존엄성과 사랑의 본질을 섬세하게 조명합니다.
그동안은 병에 걸린 푸보의 길고 어두운 앞날에 등불이라곤 오직 나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요양기관에 들어간 이후 그의 옆에 수많은 등불이 켜졌음을 매주 방문할 때마다 느낀다. 이제 나는 외롭고 애처로운 등불이 아니라 수많은 등불 속에서 가장 빛나는 등불이다. p116
환자와 보호자가 겪는 고통뿐 아니라, 그들의 삶 속에서 피어나는 작고 소중한 순간들, 그리고 서로에 대한 깊은 헌신을 돌아보게 하여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또한 살면서 누구나 마주하게 되는 인생의 필연적 이별의 순간을 사랑과 의지의 태도로 오롯이 견뎌내어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됩니다. 작가님의 탁월한 필력과 깊은 통찰이 잔잔한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이별을 이겨내고 남아서 다시 열심히 살아가야 할 사람들에게 큰 용기를 선사할 것이라 믿습니다. 더불어 느리고 소중한 작별의 과정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아름다운 기록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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