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없는 작가
다와다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엘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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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블룸을 통해 엘리 출판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다와다 요코 저자(최윤영 옮김)의 <영혼 없는 작가>



이 작품은 언어, 정체성, 그리고 이주자의 시선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깊은 사유와 성찰을 담은 에세이집입니다. 작가님께서는 일본인으로 태어나 독일어와 일본어로 글을 써왔습니다. 1987년 일본어로 쓴 ‘네가 있는 곳에만 아무것도 없다’를 발표하며 일본 문학계에 등장했고, 이듬해 독일어로 쓴 ‘유럽이 시작하는 곳’을 출간하며 독일 문학계에서도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자신의 경험과 관찰을 토대로 ‘이방인의 언어’, 그리고 ‘자아와 세계’ 사이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감각과 소외, 그리고 해방의 가능성을 섬세하게 포착합니다.

이번 ’영혼 없는 작가‘는 다와다 요코 작가님 특유의 복합적 시선과 살아 있는 언어적 실험이 돋보이는 에세이입니다. 작가님께서는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글을 쓰는 선택을 통해, 언어가 제공하는 사고방식, 정체성의 경계, 이주자의 감각 등을 깊숙이 파고듭니다. 낯선 언어와의 마주침이 기존 인식의 틀을 흔들고, 주체를 새롭게 빚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드러냅니다.



작가님께서는 자신을 ‘유동적 자아’에 가까운 존재로 그립니다. 이는 고정된 정체성이 아닌, 시간과 공간, 언어를 넘나들며 탈 경계적 존재로 존재하려는 색다른 시도이며, 이는 곧 자신이 겪어온 이방인의 시선, 정주하지 못하는 불안,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가 허락하는 자유를 이어가게 만듭니다. 이 에세이집 곳곳에서도 작가님께서는 언어와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인지적 사유를 지속해 나갑니다.

“영혼은 비행기처럼 빨리 날 수 없다는 것을 인디언에 관해 쓴 어떤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 나는 처음 유럽에 올 때 시베리아 기차를 타고 오면서 내 영혼을 잃어버렸다.” p58


“문학의 단어들은 그저 하나의 그물망을 만들고 이 망은 떨림의 쓰레기들을 잡아낸다. … 이제는 그저 파편들, 단편들, 조각들일 뿐이다. … 사실 나는 이전에 별자리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모르지만 이 망 안에서 스스로 새로운 선을 긋고 새로운 별자리를 그려 넣는다.” p181


작가님의 글은 모국어와 외국어, 정주민과 이방인, 일상과 낯섦의 경계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그 경계 사이에서 언어적, 존재적 불안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발견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결국 언어가 주체와 세계의 균열을 오히려 새롭게 잇는 필연적 과정임을, 이방인만이 볼 수 있는 사유의 관점임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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