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어보지 말 것 - 미니어처 왕국 훔쳐보기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 그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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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컬처블룸을 통해 그늘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쓰네카와 고타로 저자(문서영 옮김)의 <열어보지 말 것 - 미니어처 왕국 훔쳐보기>



이 소설은 제목과 표지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독특한 작품이다. 1편 ‘상자 속 왕국’은 폭우 속에서 어머니를 잃은 소년이 우연히 주운 작은 나무 상자, 즉 ‘미니어처 왕국’을 중심으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펼쳐지는 여정으로 시작된다. 


관찰자의 단순한 탐험이 아니라, 관찰자와 상자 속 주체가 경험하게 되는 성장과 상실, 그리고 선택의 의미를 입체적으로 탐구한다. 표지가 그 부분을 예리하게 표현해낸 것 같다.


작품은 여섯 편의 독립적인 단편이 정교하게 맞물리며 진행된다. 상자 속 왕국을 엿보는 이야기부터 흡혈귀, 멈춰버린 평원, 단시간 접착제, 과거, 현재, 미래를 볼 수 있는 인물, 기묘한 로봇, 그리고 알 수 없는 대륙 등 각기 다른 이야기는 다른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다.



> 상자 속 왕국 


“에카게, 넌 정말 대단해.” p63


> 스즈와 긴타의 은시계


“… 사람이 살면서 제일 중요한 건 신용이야. …” p97


“이 버튼 있지? 그걸 눌렀어. 그런데… 놀라지 마. 거짓말 같아도 진짜야.

“순식간에, 밤이 됐어.“ p103


하지만 이동하지 않으면 요괴가 찾아올 거야. 기척이 다가올 거라고.” p124


“전부 내 망상이거나 아니면 나만 쫓고 있어서 요괴가 너한테는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내가 없으면 널 찾아온다는 걸 이제 확실히 알았어. 어쨌든, 늦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p130


“만일, 우리가 오늘 복수를 했다고 해도 난 상관없어.” p140


> 단시간 접착제


“그 결함이 오히려 독특하고 재미있지 않나요?” p177


“와카바, 걘 도대체 정체가 뭐야?“ p217


> 통찰자


‘어제도 오늘도 나는 나다.‘

’그리고 눈을 뜨면 오늘이 시작된다.‘ p235


“내 진짜 아빠는 어디에 있어요?“ p238


”저 사람에 대해 뭔가 알겠니?“

”아니에요. 저, 엑설런트인가요?“ p241


가린 선생님은 지난 5년간 함께 지내며, 내가 유일하게 깊은 신뢰를 느낀 존재였다. 그렇게 허무하게 끝날 줄근 몰랐다. p244


“이게 사형감이라는 거 알아. 그런데 네가 갑자기 튀어나와 일시 정지 버튼을 눌러줬어.” p255


돌아오는 길, 어머니의 죽음을 알았던 그날 이후 처음으로 눈물이 흘렀다. p273


> 내추럴로이드


“그건 안 됩니다. 당신은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왕이 될 운명이니까요. 오늘부터는 둘이서 수업합니다.“ p289


“최적의 해답이 아닐지도 몰라.“ 

”아니. 최적의 해답이야.“ p299


“사실은 이 견해와 정반대입니다. 내추럴로이드는 인간이 부리기 위해 만들어졌고, 지금도 인간이 시킨 일을 하고 있습니다.” p306


“나의 자유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뜻이야.“ p339


> 끝없는 대륙, 불멸의 야차


마치 가족과 보낸 세월이 허상이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p347


“내가 80년 전에 당신에게 광매를 먹였기 때문이지.” p353


“처음 들어? 자네. 그 나이 먹도록 다나 시절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 중 다시 태어난 사람을 본 적이 없나? “ p374


“그러니까, 에오윈이라는 네 친구를 록으로 만들고 싶다는 거지? 광매를 먹여 록이 되면 그 사람이 앓고 있는 난치병이 나을 테니까.” p394


“인생에서 모든 위험에 대해 고민하다가는 아무것도할 수 없어요.” p414 


이 세계는 유령과 같다. 하지만 무척 아름다운 유령이었다. p422



이런 전개 방식의 소설은 생소하여 신기했고, 작가님 특유의 정밀한 상상력과 심리적 섬세함이 돋보이는 작품인 것 같다. 429 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임에도 정신없이 빠져들어 다 읽었다. 다 흥미로웠지만 그중에서도 ‘상자 속 왕국’과 ‘내추럴 로이드’가 가장 인상 깊었고, ‘단시간 접착제’는 중간중간 접착제 때문에 웃긴 부분도 있어서 기억에 강하게 남는다.


특히 ‘열어보지 말 것’이라는 책 제목의 경고는 오히려 독자가 금기를 넘을 때 맞닥뜨리는 놀라움과 감동, 경이로움 등을 효과적으로 부각한다. 또한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 ‘관찰자와 참여자’라는 인식의 전환을 유도하며, 현대인의 답답한 현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깊이 있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독특한 판타지 소설을 통해 현실을 벗어난 새로운 사고와 경험을 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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