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탄광촌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로드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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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로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오쿠다 히데오 저자(김난주 옮김)의 <웰컴 투 탄광촌 이발소>



이 작품은 홋카이도의 산간 지역에 있는 시골 마을 도마자와의 한 이발소를 배경으로, 총 6편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연작 소설집이다.(에필로그, 축제가 끝난 후, 중국에서 온 신부, 조그만 술집, 붉은 눈, 도망자) 도마자와는 과거에 탄광 마을로 번영을 누렸지만, 지금은 인구 격감으로 인하여 고령화, 공동화 현상 등 온갖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는 동네다.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 활기를 잃은 이 마을은 우리나라의 시골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아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이곳의 야스히코가 운영하는 무코다 이발소는 동네 중장년층의 모임 터 구실을 하는 곳이며, 마을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가 중재 역할을 나서기도 한다.


“이렇게 조그만 동네에서 어떻게 모르겠어. 다이스케 군이 초등학교 5학년 때 밤에 자다가 오줌을 쌌다는 얘기도 다들 알고 있는데.” p140

“나도 도시에 살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 있어. 도마자와는 프라이버시나 개인의 삶이 없는 곳이니까 말이야. 다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다 보니 뭘 해도 다 알려지고. 게다가 한 번 잘못하면 평생 얘깃거리가 되고. 그러니 숙명이다 여기고 채념하는 수밖에 없다고.“ p163

무슨 생각인지, 어머니 도미코까지 시신을 발견하고 대성통곡하는 노파 역 오디션을 보겠다고 나섰다. p226

도마자와는 이제 슬슬 벚꽃이 필 계절이다. 아무것도 없는 동네지만 이 시기에 산과 들에 피는 벚꽃의 아름다움 하나는 자랑할 수 있다. 그 풍경을 오하라 료코에게 보일 수 있다 싶으니 절로 마음이 따뜻해졌다. p264

시골은 도시와 달라 익명으로 살 수 없다. 피붙이 중에 범죄자가 있으면 길거리에 나다닐 수 없다. 야스히코는 진심으로 그들을 동정했다. p286

“당번을 정해서 매일 가보는 게 좋지 않겠어?” p290

“변화가 없는 동네잖아요. 조금은 변화를 불러일으키자 싶은 겁니다.“ p313


역시 우울할 땐 오쿠다 히데오 작가님의 작품을 읽어야 하는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의 유쾌한 필력이 돋보였다. 특히 우리 주변에 있을법한 친근한 인물들을 창조해 내어 자연스러운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내었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시골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시대를 포착하는 통찰력이 대단하신 것 같다.

무코다 이발소의 주인 야스히코는 마을 번영을 위한 대책 마련 관련 이야기만 나오면 날이 서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등 시니컬하고 고리타분한 구석이 있는 인물이다. 난데없이 삿포로에서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귀촌하여 이발소를 이어받겠다고 하는 맏아들 가즈마사 때문에 걱정이 한가득이다. 그렇지만 그는 도마자와에 문제가 생기면 발 벗고 나서 중재 역할을 자처할 만큼, 마을과 마을 사람들을 누구보다 더 걱정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중국에서 온 신부’ 편에서 다이스케의 공황 증세가 공감되기도 했다. 나 또한 도시 생활이 익숙해서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는 이 동네 마을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이 좀 부담스러울 것 같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런 정 많고 따뜻한 마을에서 관심과 보호를 받으며 살다가 낯선 대도시로 가게 되면 한동안 외로움을 느낄 것 같다는 이중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인구 격감으로 인한 시골 마을의 쇠락을 날카롭게 포착하여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 남 일이 아닌 것 같이 느껴져 생각해 볼 부분도, 걱정되는 부분도 많았다. 그럼에도 이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또한 마을 사람들 간의 끈끈한 애정, 따뜻한 온기 등을 느낄 수 있어 읽는 내내 웃음과 행복감을 감출 수 없었다. 작품 속 “당번을 정해서 매일 가보는 게 좋지 않겠어?” 이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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