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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2월
평점 :

이 소설은 리에, 다미코, 사키를 둘러싸고 흘러가는 일상 속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녀들은 대학 시절 늘 셋이서 붙어 다녀서 ‘쓰리 걸스’라 불렸다. 대학 졸업 이후에는 삼십 년간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았는데, 리에가 오랜 해외 생활을 마무리하고 귀국하게 되면서 다시 뭉치게 되고,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리에 - 오랜 해외 생활을 마무리하고 일본으로 귀국한 돌싱. 상당히 자유롭고 비범하다. 집을 구할 때까지 다미코의 집에서 신세를 진다.
다미코 - 글 쓰는 일을 하며, 여든 된 어머니 가오루와 함께 사는 싱글. 전 연인 모모치와 자주 연락을 주고받으며 친구로 지낸다.
사키 - 남편, 두 아들이 있으며,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문병하는 주부. 어린 나이에 철없이 결혼하겠다는 큰아들과 옥신각신하게 된다.
결국은, 연락처를 계속 밀어 내리면서 리에는 생각한다. 결국은, 내가 속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다미코와 사키뿐이네. 연락처에 이렇게 많은 사람 이름이 등록되어 있는데. 그중에는 과거 한때 친밀했던 사람도 있는데. p220

에쿠니 가오리 -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사랑받는 작가인 에쿠니 가오리는 1989년 ‘489 래드클리프’로 페미나상을 수상했고, 동화부터 소설, 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해 나가면서 참신한 감각과 세련미를 겸비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으로 무라사키시키부 문학상(1992), ‘나의 작은 새’로 로보노이시 문학상(1999), ‘준비는 되어 있다‘로 나오키상(2003), ’잡동사니‘로 시마세 연애문학상(2007), ’한낮인데 어두운 방‘으로 중앙공론문예상(2010)을 받았다. 일본 문학 최고의 감성 작가로 불리는 그녀는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 ‘도쿄 타워‘,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별사탕 내리는 밤‘ 등으로 우리나라의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 작품은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하면서도 조금은 특별한 오십 대 후반 세 주인공들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녀들을 둘러싼 일상이 극적인 일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인물들 자체의 행동이나 생각이 귀엽고 톡톡 튀어 개성 넘치는 부분들이 있어 생동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자유분방하고 충동적인 리에, 엉뚱한 행동이나 귀여운 상상을 하는 가오루의 일화가 재밌었습니다. 다미코와 가오루가 의견 충돌로 부딪히고, 고민하는 부분에서는 평범한 현실 모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친근감 있게 느껴졌습니다. 읽기 전에는 ’셔닐 손수건과 노란 속살 멜론‘이라는 소설 제목에 궁금증이 있었는데요, 다 읽고 나니 그녀들이 ‘쓰리 걸스’였던 시절 상상과 동경을 부추겼던 특별한 단어였음을 알게 되었고, 작가님께서 책 제목으로 정하신 의도도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소설에는 그녀들과 주변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가 담겨있는데, 그다음 미래는 독자가 채워나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다 끝나버린 열린 결말도 이 작품만의 매력인 것 같아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세상 어딘가에서 계속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것 같은 그녀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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