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마가 수놓은 길 ㅣ 웅진 세계그림책 113
재클린 우드슨 지음, 허드슨 탤봇 그림, 최순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백인들에게 잡혀 족쇄를 차고 층층이 쌓인 채로 배에 실려서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디딘 흑인들의 삶이 얼마나 비참하고 고통스러웠는지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엄마가 수놓은 길에서는 아주 담담하게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한다. 예닐곱살이 되면 부모에게서 떨어져 멀리 팔려가게 되는 그들의 손에는 늘 실과 바늘과 천조각이 들려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가질 수 있었던 최소한의 것이었지만 한편으로 그것은 모든 것을 이루어낼 만큼 충분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고통 속에서 만들어 낸 조각 이불 속에는 그들의 이야기가 있고, 그들이 자유를 찾아 떠날 길이 있고, 어떻게든 이어 붙여져 아름다이 수놓아질 그들의 미래, 희망이 있었으니까.
마침내 그들은 노예에서 해방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삶이 평탄할 수는 없었다. 한때는 노예였던 사람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백인들의 무자비한 억압과 죽음의 위협 속에서 살아간다.
살얼음판 같은 험한 세월 속에서도 계속 조각이불을 만들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했을 그들은 드디어 그들의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엄마가 수놓은 길에도 버스 승차를 거부하고 걷기 시작한 흑인들의 행렬이 나온다. 천조각과 바늘 하나 실을 들고 팔려가던 딸들의 딸들의 딸들도 함께 걸었다.
엄마가 수놓은 길의 작가와 그 딸까지 이어지는 가족의 역사를 보고 있노라면 숙연해진다. 그들이 걸어왔을 길에 나로서는 그 깊이를,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고난이 있었음을 알기 때문이다.
작가도 자랑스럽지 않았을까. 자신의 할머니들의 이야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