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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어린 두 괴물의 평범함을 향한 처절한 날갯짓.
윤재는 선천적으로 뇌의 편도체가 작다.
그래서 윤재는 알렉시티미아, 즉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다.
행복, 슬픔, 분노 심지어 공포마저도.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고 감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알 수 없는 윤재는, 그런 윤재를 어떻게든 ‘정상 범주‘에 속하게 하려는 엄마의 노력으로 그것들을 학습하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감정을, 저런 상황에서는 저런 표정을.
‘희로애락애오욕‘을 집 안 곳곳에 붙여놓고 윤재가 보고 또 보고, 그것들을 익힐 수 있길 윤재의 엄마와 할멈은 바란다.
그러나 윤재의 열여섯 생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윤재의 눈 앞에서 엄마와 할멈이 괴한의 습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한 명이 다치고, 여섯명이 죽는다.
윤재의 눈 앞에서 엄마의 머리는 망치로 내리쳐졌고, 할멈은 칼에 몸이 뚫렸다.
그 처절한 비극은 윤재의 입장에서 그저 서술되고 묘사될 뿐이다.
내게 지대한 사랑을 주던 이가, 내가 사랑하는 이가, 내 눈앞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그 어떤 슬픔과 분노도 없이 그저 서술할 뿐이다.
그 일로 윤재는 할멈을 잃었고, 엄마는 혼수상태에 빠진다.
그렇게 혼자 아닌 혼자가 된 윤재는 여전히 그 무엇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러던 중 곤이라는 또 다른 괴물을 만나게 된다.
대립하던 두 사람은(물론 곤이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할 뿐, 윤재는 곤이가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없다.) 서서히 ‘친구‘가 된다.
그렇게 두 괴물은, 닮은 점이라고는 찾으려야 찾을 수 없는 두 친구는 그렇게 서서히 물들어간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프다.
감정이란 것을 느끼지 못한다는게, 그렇게 처절한 비극 속에서도 그 무엇도 느끼지 못한다는게 이렇게 슬픈 일인지 몰랐다.
혼자 남은 윤재가 고등학교에 진학 하고, 곤이를 만나며 인간에 대해 알고 싶어하고, 책 속 행간의 의미에 대해 알고 싶어할 때, 나는 윤재가 너무 대견했다.
마치 윤재의 엄마나 할멈이라도 된 마냥, 책 속의 윤재를 응원하고 기특해 했다.
윤재의 가슴 속에 조금씩 ‘감정‘이라는 것이 움트기 시작했을 땐 눈물이 다 났다.
끝내 가슴이 머리를 이기고, 윤재의 감정이 터졌을 때는 쉴새없이 눈물이 흘렀고 그렇게 책은 끝이 났지만, 나는 스무 살이 된 윤재가 앞으로 ‘평범하다‘는 아주 어려운 일을 잘 해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고, 응원했다.
이 책은 이 세상의 모든 윤재와 곤이에게, 또 그 아이들의 친구와 부모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