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과 도넛 - 존경과 혐오의 공권력 미국경찰을 말하다
최성규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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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현직 경찰서장이 쓴 미국 경찰에 대해 쓴, 보고서에 가까운 책이다. 제목이 총과 도넛이라는 점이 아주 흥미로웠다. 자치경찰제를 실시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수많은 종류의 경찰이 있다. 강압적인 공권력의 상징인 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경찰이 있는 반면에, 상대적으로 지역의 치안만 신경 쓰면 되는, 만화나 영화 속에서 도넛을 들고 서 있는 친숙한 이미지의 경찰도 있는 것이다.

 

부분적으로 자치경찰제를 도입하였지만, 이전의 한국 경찰과 가장 대척점에 있는 미국 경찰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수용할 수는 없지만, 비교가 되는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좋은 자극제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특히나 총기 문화와 인종 차별에 대해 다루고 있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언급하면서 총기 문화와 인종 차별이 실은 긴밀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는데, 이 부분에서 내가 모르는 세계로 한 발짝 접근한 것 같았달까.

 

한국 경찰과 미국 경찰의 A부터 Z까지를 알기 쉽게 풀어나가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경찰 조직 안에서 경찰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편견과 호기심이 앞섰을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저자의 겸손도 배울 점이었다. 오히려 경찰의 프레임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 더 빠른 이해와 새로운 시선으로 독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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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장면 소설, 향
김엄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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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떨어지기 더 쉬운 계절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물건 등으로 계속되는 두 가지 이상의 것들의 간격이 멀어지기 더 쉽다. 또, 아래로, 깊이 아래로 추락하기도 쉽다. 단순히 겨울이 춥기 때문에 사람들끼리 온도를 찾으려고 가까워지기 쉽다는 말은 특정하다(?). 그 안에서도 권력이 도사리고 있다. 겨울은 기온도, 기분도, 기억도, 그밖의 것들도 떨어지기 더 쉬운 계절이다.

 

 파편처럼 조각난 어느 겨울의 장면들이 시퀀스로 이루어진다. 기억을 잃어버린 R은 8개월 전에 추락 사고를 겪었다.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 특유의 생각인 것마냥 흩어진 장면들로 소설은 진행된다. R은 기억을 되찾기 위해 애쓰지 않는데, 애쓰지 못하는 쪽에 가깝다. 기억을 되살리는 것을 도와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소설은 줄거리를 정리하는 순간 덜 의미있어지기 때문에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 좋지만, 서포터즈로 받은 책이라는 목적성이 있기 때문에 굳이 설명한다.)

 

 출판사 제공의 책 소개에서처럼, “의식과 무의식, 의미와 무의미 사이에서 포착됨을 거부”한다. 이러한 방식의 거부가 낯설었지만, 그 낯설음에서 오는 익숙함이 숨겨져 있었다. #26~#30의 라디오에서 나오는 대화를 듣고 어쩌면 R의 이 무의미한 반복이 우리의 일상은 아닐까 생각했다. 익숙한 반복에게서 생경함을 느꼈다. 이 작품이 가장 소설 같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현실 같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런 소설이 너무 오랜만이라 새롭고 색다르게 느껴졌다. 복작복작했던 머릿속을 하나의 세계로 데려다놓는 데에 성공한 소설이었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둘의 눈 맞춤은 집요하다.
서로에게 무엇도 바라지 않는 사람들처럼 마주 보고 앉아.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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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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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가족이데올로기가 가진 문제들과 그 안에서 위협과 어려움을 겪는 작은 인간들에 대한 공동체 차원의 성찰.

 

양천구 아동학대 사건으로 언론, SNS 등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곳들은 모조리 시끄러웠다. 한국이 이렇게 아동학대에 관심이 많았던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벼락치기 입법이지만 아동학대에 관한 법률이 개선되기도 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극과 극이었다. 이전부터 인권 문제에 민감했던 사람들에게는 실소가 나오는 상황인지 날이 선 의견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2017년에 출간되었지만, 지금 더 시의적절한 책인 것 같다. 어떤 책을 읽는 데에 시기를 붙이는 것이 경제적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현재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인 것은 확실하다. 이상한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 속에서 소거되는 개인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1장부터 4장까지 계속해서 부모-자식 간의 관계와 체벌과 학대의 차이, 아동학대 법안 등에 대한 통찰들을 읽으며, 너무 많은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1장 가족은 정말 울타리인가><3장 누가 정상가족과 비정상가족을 규정하나>를 읽으면서 알고 있었지만 내 안에 깊게 내면화되어 마주보기 힘들었던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대한 고민들을 끄집어낼 수 있었다.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부분은 체벌에 관한 것이었는데, 세상의 많은 폭력들, 특히 가정폭력들은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행하는 폭력이 아니라 정상적인 사람들이 우발적으로 저지른다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우리는 또 정상과 비정상을 너무 쉽게 구별하며, 정상과 비정상 사이의 차이가 클 것이라고 착각한다고 지적한다. 인상 깊었던 문장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삶은 개인적으로, 해결은 집단적으로라는 책 속의 문구를 자주 마음에 새겨 꺼내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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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습니까? 믿습니다! - 별자리부터 가짜 뉴스까지 인류와 함께해온 미신의 역사
오후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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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범위하게 짚어보는 미신의 역사에서 발견한, 냉소적인 문체와 회의적인 태도가 주는 오묘한 위로>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를 읽고 혼자 많이 낄낄댔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 신간도 무척 기대하며 펼쳤다. 역시나 피식거리면서 읽었다. 마약이든, 지금 책에서 다룬 미신이든 인류의 역사와 함께 꾸준히 발전해왔으나 그것들이 눈에 보이게 더 파닥대는 시기에, 적절하게 책을 출간하지 않았나 싶다. 신의 한 수다. (신의 한 수라는 표현을 이 책을 읽은 직후에 쓰는 것이 좀 찔린다.)

 

대부분 어떤 역사나 흐름을 짚는 책에서 독자들에게 무언가를 설득하려고 하는데, 이 작가님은 그렇지가 않다. “난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네는 알아서 해.”라는 뉘앙스가 느껴져 읽으면서 마음이 편하다. 확실히 설득보다는 설명에 초점을 맞추며 글을 이어간다.

나는 설명을 좀 좋아하는 편이다. 설명 뒤에 충이 붙으면서 설명에도 어쩐지 제약이 많아졌지만 어쨌든 나는 설명을 듣는 것도, 하는 것도 즐기는 편이다. 누군가에게 욕 안 들으면서 설명을 하고 듣는 가장 좋은 플랫폼은 이고, 이렇게 비슷한 태도를 가진 저자를 발견하면 좀 기쁘다.

아무튼 오후 작가님의 책들은 어떤 큰 주제를 하나 잡아두고 사회나 학문의 다양한 파트에서 넓고 얕게 설명하는 것에 가까운 글이다. 설명이라는 단어의 뜻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설명은 본질적으로 말의 영역에 가까운 단어다. 그래서 설명하는 글은 말과 글의 영역 모두를 담고 있는 것이기에 이를 유연하게 풀어내려면 구어체와 문어체를 모두 적절히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지루하지도 않으면서 알기도 쉽게 설명하는 책이다.

 

미신의 탄생부터 가부장 신화, 서양·동양의 미신, 종교, 정치, 사상, 현대, 심리로 나누어 미신의 역사를 광범위하게 짚는다. 아마 종교 때문에 크고 작은 논란이 생기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카피 문구로 뽑은 유쾌한이라는 단어에 딴지를 거는 사람들이 제법 있을 것 같다. 근데 세상만사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고, 저자가 말하듯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기 때문에 나처럼 유쾌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는 걸 드러내고 싶다.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사상>이었다. ‘사상을 종교 이전의 상태 혹은 이후의 상태라고 밝히며 시작하는 이 파트에서는 공산주의, 자본주의, 민족주의&내셔널리즘, 민주주의, 인본주의에 대해 다룬다. 사상도 어쨌든 믿음에서 시작하는 것이고, 미신과 맥락을 같이 하는 부분이 충분하다. 사상이든 미신이든 공동체에 필요하지만, 어떻게 객관화해서 바라볼 것인지에 대해 맥을 짚어주는 느낌이라 집중해서 읽었다.

 

운이 좋든 나쁘든 간에 대체 세상이 왜 나의 운에 맞춰 움직인단 말인가? 세상의 중심은 내가 아니다. 그것만 알아도 세상 많은 일에 마음이 편해진다.” (363)

 

책의 끝에 위와 같은 문장이 나온다. 이 문장을 읽기 위해 3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읽은 것 같다. 묵자의 일화와 함께 세상의 중심은 내가 아님을 말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내 탓이 더 쉽고 불확실한 것에 불안을 자주 느끼는 나 같은 사람이 또 있다면 기꺼이 이 두꺼운 책을 읽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앞서 말했듯이 지루하진 않을 것이다. “인생, 별 거 있냐?”라고 하찮지만 도움이 되는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다 읽고 나더라도 신년운세를 보고 싶다는 마음은 그대로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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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 드럭스 - 인류의 역사를 바꾼 가장 지적인 약 이야기
토머스 헤이거 지음, 양병찬 옮김 / 동아시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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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당 하루에 두 알 이상의 약물을 먹는다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책은 인류가 역사적으로 얼마나 약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 풀어나간다. 마약이나 약국에서 처방 없이 구입한 약물은 제외하고 합법적으로 처방받은 약물의 경우만 그러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잠시 생각해봐도 매일 챙겨 먹는 건강보조식품만 해도 두 알이 넘으니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책을 읽으며 얼마나 현대인들이 약물에 의존하며 사는지를 계속해서 깨달았다. 직접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모든 약물에는 효과와 부작용이 함께 존재한다고 밝히면서, 이전에 신의 약물이라고 불리던 약물들의 흥망성쇠에 대해 말한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약물에 대한 무한한 신뢰 같은 것들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 책이 제약 산업의 역사나 새로운 약물에 대한 사실에 대해 말하는 책이 아니라서 더 흥미로웠다. 제약 업체의 이해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고, 1880년대까지만 해도 투여하거나 섭취할 약물을 의사가 아닌 본인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다는 사실 같은 것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또한, 어느 책에서나 이야기하는 페니실린이나 아스피린에 대해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 모험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점이 다른 약물 관련 서적과 차별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책속의 한줄

(39쪽) 유럽의 대중은 아편을 갈망했다. 때는 바야흐로 산업혁명기여서, 빠르게 증가하는 공장 노동자들은 끔찍한 근로조건에 직면해 있었다. 확장되는 빈민가에 거주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은 저렴한 해방감이 필요했다. 진은 하나의 옵션이었고, 아편은 또 하나의 옵션이었다.

(219쪽) 피임약이 나오기 전, 섹스의 즐거움은 임신과 ‘거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었다. 많은 사람은 아직도 ‘생명의 창조’를 신만큼이나 의사의 섭리로 간주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역사를 통틀어 섹스와 출산 간의 관계를 끊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고대 중국에서 여성들은 임신을 막으려고 납과 수은이 들어간 용액을 마셨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석류 씨가 피임약으로 사용되었다.

(317쪽) 경미한 불안증은 대단찮은 문제로 간주되었고, 그런 환자들은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거나, 친구나 조언자와 터놓고 이야기함으로써 해결하거나, 저절로 낫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것을 치료하는 약물이 등장하자, 경미한 불안증은 갑자기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 되었다. 그것은 재고와 재정의를 거쳐 의료화되었고 신경안정제는 블록버스터 약물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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