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의 진찰실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박수현 옮김 / 알토북스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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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만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쓴 리뷰입니다.



서평 코너에서 [알토북스]에서 출판된 [스피노자의 진료실]을 발견했을 때, 평소 일본 소설 특유의 간결한 느낌을 좋아했기 때문에 서평 신청을 했습니다.

의사이자 밀리언셀러 작가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작가님의 작품이라니 의학 소설을 아주아주 좋아했던 제게는 더 없이 기대되는 작품이었어요.

현역 의사이니만큼 의료계의 현실을 생생하게 다룬 박진감 넘치는 의학소설일까?

하얀 거탑 같은? 아니면 아니면...

별의 별 생각을 다하며 기다렸는데 막상 배송 온 책은 버드나무가 길게 늘어진 길과 자전거를 타고 가는 표지가 고즈넉한 느낌을 주는 책이라 긴박한 의학소설을 기대했던 저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나쓰카와 소스케라는 작가님의 필명이 재미있었는데 무려 나쓰메 소세키+가와바타 야스나리+아쿠타가와 류노스케+草枕의 소를 합친 펜네임이라고 합니다.

데뷔작인 [신의 카르테]는 드라마와 영화로도 제작될 정도로 엄청난 인기였다니 대단한 분이시네요.

밀리언셀러 작가가 풀어 놓는 잔잔한 이야기는 어떤 느낌일지 기대하며 읽었습니다.





일본의 고도(古都)인 교토의 골목길처럼 고즈넉한 느낌이 그대로 느껴지는 하라다 병원에 근무하는 데쓰로는 원래 도쿄의 대학병원에 근무하고 있었지만 미혼모였던 여동생이 남기고 간 조카 미야마 류노스케와 함께 살기 위해 대학 병원을 그만두고 쿄토 시내의 작은 병원으로 옮깁니다.

실력으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데쓰오지만 자신의 행복보다 조카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이직을 택합니다.


이사장 하라다 햐쿠조의 물주기로 시작하는 하라다 병원은 곧이어 6기통 대형 오토바이를 탄 나베시마, 실버 스포츠카를 탄 주조 아야, 아키시카의 빨간 알파 로메오, 자전거를 탄 데쓰로가 차례로 출근합니다.

데쓰로는 자전거를 타고 왕진을 가는데 요즘 우리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지요.

저희 할머니께서 쓰러지신 후부터 돌아 가시기 전까지 7년 동안 매일 왕진을 오시던 선생님이 계셨는데 데쓰로가 왕진을 가는 모습을 보니 돌아 가신 할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조카를 대하는 마음이라던가 자전거, 환자 앞에서도 좋아하는 단 것을 마다하지 않는 데쓰로의 모습은 너무나 인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 소소한 모습들처럼 데쓰로는 병이 낫지 않아도, 남겨진 시간이 짧아도 인간은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스피노자의 철학적 관심사와 궁극적인 목표는 지속적인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삶, 즉 지극히 행복한 삶이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이 스피노자의 진찰실인 것은 데쓰로가 추구하는 것도 행복이기 때문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조카의 행복을 바라고 환자들이 마지막까지 행복하기를 바라는 데쓰로의 모습이 의사로서의 나쓰카와 소쓰케의 모습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잔잔한 울림이 되어준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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