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복수의 여신 - 사납고 거칠고 길들여지지 않은 여자들의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외 지음, 이수영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10월
평점 :
[복수의 여신]이라는 제목에서 스릴러를 연상하고 펼쳤는데 시작부터 경고문이 등장해 저를 놀래켰습니다.
사나운 글이 모여 있는 책이라는 경고문처럼 지금까지 살아오며 읽었던 책 중에 여성에 대한 멸칭을 폭격하듯 쏟아낸 책은 이 책이 처음이라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물어 뜯긴 기분이었습니다.
이 책은 국적과 인종, 성 정체성이 각기 다른 16인의 여성 작가들이1973년 설립된 비라고(virago 말참견을 잘하는 /사악한/영웅적이고 호전적인 여성) 출판사의 창립 50주년을 기념념하기 위해 쓴 단편 소설집으로 단편 소설 특유의 속도감과 몰입감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아주 반가운 작품집이었습니다.
비라고가 여성과 성 소수자의 목소리를 증폭시키기 위해 설립한 출판사라 그런지 실려 있는 작품들이 독특한 느낌을 자아냈습니다.
작가들은 여성을 대상화하는 멸칭을 하나씩 선정해 작품의 제목으로 삼아 글을 썼는데 처음에는 이 제목들이 왜 멸칭인지 이해 하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마거릿 애트우드가 선택한 '사이렌(siren)'의 경우 노래를 불러 뱃사람을 유혹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신화 속의 아름다운 여성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요부' 혹은 '경보음'의 의미로 쓰인다니 멸칭이 맞네요.
사이렌은 숨가쁘게 이어지는 이야기와 말투 때문에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작품은 처음인데 아주 짧은 단편 속에서도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네요.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추라일('정화되지 않은 넋'이라는 의미의 파키스탄, 인도. 방글라데시, 네팔의 전설 속 악령)을 소재로 한 '보리수 나무의 처녀귀신'이었습니다.
작가인 카밀라 샴지가 주인공처럼 파키스탄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살고 있기 때문인지 소설 속의 한 장면 한 장면이 그대로 머리 속에 그려지는 것 같았습니다.
디양한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한 권에서 읽을 수 있어서 반가웠고 영어에도 여성에 대한 멸칭이 많다는 것과 역사상 최초의 시인인 엔헤두 안나, 최초의 장편 소설의 작가인 겐지 이야기의 무라사키 시키부, 첫 여성 역사가이자 고대 이후 서유럽에서 희곡을 처음 쓴 호로츠비타등 최초라는 수식어 뒤에 있는 여성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등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 책입니다.
흥미로운 책 감사합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