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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
문경민 지음 / 김영사 / 2024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만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쓴 리뷰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SF소설을 좋아했지만 요 몇 년 간 제대로 된 SF소설을 읽을 기회가 없다 보니 좋아했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에 생각지도 않게 손에 들어온 SF소설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서평 코너에서 [주니어김영사]에서 출판한 [앤서]를 발견했기 때문에 주저 없이 바로 신청했습니다.
오랜만에 생각지도 않게 연이어 SF소설을 읽게 되니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습니다.
배송 온 책은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표지 일러스트부터 마음에 들었습니다.
절망적인 미래 사회를 그린 이 소설은 [지켜야 할 세계]로 혼불문학상을 수상하고 [훌훌], [곰씨의 동굴], [우투리 하나린]등 많은 수상작을 쓴 문경민작가님의 신작입니다.
아이가 요즘 주니어 문고를 즐겨 읽어서 인지 배송 온 [앤서]를 보고 반색을 하더군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그린 소설은 읽는 내내 우울하고 읽고 난 다음에도 우울함이 쉽게 가시지 않아 좀처럼 손이 가지 않는 장르입니다.
하지만, 여운이 오래 간다는 것은 그만큼 흡입력이 있다는 이야기 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실은 좋아하는 장르인데 거부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주인공인 유이가 앤서(정식 명칭은 동아시아 국가 연합 셸터인데 줄여서 ANS라고 칭하다가 앤서ANSWER라는 별칭으로 불리게 됨)로 이주한 뒤 박물관에서 대전쟁 이전의 시대인 20세기와 21세기의 사진을 처음 접하게 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번영의 극치인 20세기와 21세기의 사진은 셸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로서는 볼 수조차 없었던 풍요롭고 자유로운 풍경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아이에게 좀 더 나은 미래를 누리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늘 품고 있기 때문에 이 장면이 더 안타깝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이가 거주하던 한반도의 발안셸터는 마냑셸터가 발안셸터의 상공에 낙하 시킨 생체 병기 아르굴의 공습으로 무너지게 되고 마냑셸터의 총통인 마냑은 유이의 아버지인 장태섭 사령관을 처형 시키며 생중계 된 장면 속에서 유이와 사랑하는 사이였던 킨을 찾습니다.
세월이 흘러 18년 후 홀로 살아 가던 유이는 킨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하지만, 반가움보다 허탈한 기분과 함께 배신감이 먼저 듭니다.
그리고, 유이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은 풋풋했던 어린 시절 의 킨은 완전히 변해있었습니다.
작가님은 끝이 와도 슬프지 않은 삶을 지향하신다고 쓰셨는데 끝이 와도 미련이 남지 않고 슬프지 않은 삶이란 생을 열심히 살아간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살아가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현재의 현실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번쯤 읽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