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너머의 세계
전민식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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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과 책 소개를 봤을 때는 죽은 자들의 세계에 대해 다룬 소설인 줄 알았다. 좀 뻔하겠네... 생각이 들면서도 전민식 작가님의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를 인상깊게 읽었어서 서평 활동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내 예상과 다르게 '너머'라는 수목장에서 일하는 도현, 우중, 소미의 이야기를 하는 소설이었다. 처음부터 내 예상이 와장창 깨졌기 때문에 오히려 아주 집중해서 흥미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수목장이라는 소설의 공간적 배경도,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인물 설정도, 2000만원 씩 받고 수목을 하지만 연고 없는 아이들의 골분은 대가 없이 항상 수목장에 묻어주는 베일에 싸인 수목장의 양 사장이 신선했고, 각 인물들이 갖고 있는 저마다의 사연이 입체적이었기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차분한 마음으로 한 줄 한 줄 읽어내려갔다.

이 책, <길 너머의 세계>의 주인공들은 스스로의 과거에서 기인한 상처와 마주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또 정체성을 찾아간다. 처음에는 그 상처를 회피하고 모른 체하기 위해 너머에서 일하던 그들은, 본인들의 상처를 나누고 마주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상처받은 관계를 회복하려 노력하는데 이 모습은 책을 읽으면서 가장 주되게 느꼈던 묵직한 따스함, 희망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 같았다.

극적인 사건이나 자극적인 요소 없이 그런 희망을 은근히 느끼게 해주는 이 소설을 올해의 마지막 소설로 읽으며 나 또한 많은 위로를 받았다. 수목장 '너머'에서 일하며 골분을 묻고, 남은 가족들을 위로하고, 그곳에서 지내는 시간들을 통해 과거를 딛고 회복하며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셋. 그리고 그들에게 꼭 필요한 선물을 마지막에 주는 수목장의 주인 양사장. 그 넷이 꾸려나가는 '너머'에서의 이야기가 따스해서 좋았다.

양산형으로 출간되는 힐링 소설들과 다르게 정말 신선하고, 잔잔했다. 삶과 죽음에 대해 고요히 돌아보고 생각해볼 수 있었고, 그를 통해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마음 아픈 일들이 끝 없이 일어나 모두가 힘든 이 2024년의 12월의 우리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책이었지 않나, 생각한다.

#길너머의세계 #힐링소설 #위로 #소설

이 글은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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