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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 마음 농도
설재인 외 지음 / 든 / 2024년 9월
평점 :
사실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처음 제안 받았을 때 처음으로 서평단 활동을 하는 것에 고민했다. 왜냐하면… 난 술이라면 ㅅ도 마시지 않는 알코올 알러지 보유자임과 동시에 술 -과 술을 마시는 모든 행위, 그와 관련된 대부분의 자리- 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기에… 내가 제목에서부터 ‘취중’ 이라고 박혀있는 책을 감히 읽고 작가님들께 공감할 수 있을까…? 서평을 써도 되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읽어보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 이유인 즉슨, 일단 ‘술’과 ‘술문화’도 인간 역사에서 오래 향유해온 것 중 하나이며… 주변에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을 보며 난 항상 신기해하는 쪽이었기 때문이다. 대체 술이란 것이 무엇이길래 이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지. 근데 그게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이시네. 작가님이 해주시는 술과 취중 이야기를 들으면 그걸 한 번 이해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이하진 작가님을 좋아한다… 트위터 팔로우도 되어있고, 같은 물리학도로써 (작가님은 내 존재도 모르시지만) 내적 동질감? 친밀감을 종종 느끼기도… 작가님의 <마지막 증명>이 그렇게 핫하다길래 올해 초에 읽고 나도 <마지막 증명> 찬양길에 들어섰다. 그렇게 작가님에 대해서 알게되었고, 나 같은 물리학과이시고, 20대이시고, 심지어 아직 학교를 다니시는 중이시고, 대학원에 갈 결심을 하셨고… 등등. 아무튼 참 좋아하는 작가님이시다.
책은 설재인 작가님과 이하진 작가님이 ‘술’에 대해 주고받는 편지로 구성된다. 정확하게는 술을 마시면서 쓰신 편지들이다. 난 술도 싫어하고 술자리도 싫어하고 주종 안 가리고 안 먹기 때문에 술에 종류가 이렇게 많은 것인지도 몰랐고, 이렇게 술을 많이 (?) 마시는 분들이 있는 줄도 몰랐다.
설재인 작가님은 거의 소주를 달고 사시는 것 같다… 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를 즐기시는 듯한? 이하진 작가님은 좋은 술을 좋은 환경에서 마시고 그것을 향유하는 것을 즐기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술을 좋아하는 것에도 이렇게 결이 다르구나, 하는 것에서 일단 놀랐었다.
그리고 나서는, 두 작가님이 취중에 쓰신 진실된 이야기들이 와닿았다. 특히 이하진 작가님의 글들이 내게는 많이 깊게 다가왔다. 이하진 작가님을 좋아해서- 도 이유겠지만, 사실은 작가님의 여성 물리학도이자 학부생, 이라는 역할이 나랑 똑같았기 때문 아닐까. 작가님이 대학원에 가기로 결정하셨다는 내용을 읽을 땐 내 미래를 그려보기도 했고… 대입에 대한 이야기를 하실 땐 나도 같이 그땐 그것에 그렇게 목숨 걸었었지, 하고 회상하기도 했고, 물리학 전공생이라 그런지… 어떤 시스템적인 구조에 집착하는 것도 그랬고, 물리와 수학의 차이점을 스토리의 유무로 묘사하신 점에는 특히 공감했다. 또한 이제 막 스무살이 되었는데 느껴지는 어떤 사회적 압박이나 미래에 대한 막막함… 그런 것도 비슷하게 서술되어 있어 많이 공감하며 읽게 되었다.
설재인 작가님의 글에서는, 30대가 해줄 수 있는 진심 어린 이야기들이 많이 느껴졌달까. 어릴 땐 20대면 어른인 줄 알았고 30대면 다 이룰 줄 알았는데 정작 20대가 된 지금은 대체 30대가 되면 뭘 하고 있을지 감도 안 잡힌다. 설재인 작가님의 살아온 이야기, 작가님이 해주시는 이야기들을 읽고 있자면 특별한 무엇을 이룬 성공한 사회인!이 아니어도 우리 삶은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가님이 태국에 가서 복싱만 하며 지내신 한 달 동안의 스토리를 읽을 때에는,,, 나도 어디 발리나 태국에 가서 요가랑 달리기나 하고 책이나 읽으며 한달정도만 살고 싶다는 생각을 진심으로 했다. 그것을 직접 해보신 경험이 부럽기도 하고…
술을 좋아하는 두 작가님이 쓰신 글이지만, 술에 대해선 세상 제일 문외한인 내가 읽어도 재밌는 글이었다. 제주 가는 비행기에서 읽었는데 4시간 밖에 못 잤음에도 이거 읽느라 비행기에서 못 잤다. 이 책이 재밌는 것은, 술이 사람의 진심을 내보이게 만든다는 점에 기인하는 것 같다. 확실히 사람은 알코올을 섭취하면 좀 물렁해진다. 좀 더 깊은 마음의 것을 내보이게 되고 종종 그 마음에서 진심어린 공감대와 감정이 교류되는 것 같다. 그런 작가님들의 글이 그 특성으로 인해 더 진실된 것 같아 좋았고, 어떤 울림…을 줬던 것 같다.
술을 좋아하시면 그 좋아하시는 술을 마시면서 읽어보라고, 작가님이 조언하시는데 그러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작가님들의 진심 어린 편지들에 독자도 더 물렁한 마음으로 깊이 빠져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술 안 마시는 나 같은 사람이 읽어도 충분히 와닿는 좋은 글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