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지막 선물 - 세상을 떠난 엄마가 남긴 열아홉 해의 생일선물과 삶의 의미
제너비브 킹스턴 지음, 박선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나의 조부모님이다. 그 분들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가 없다. 이 세상 그 무엇보다 그분들을 사랑한다. 그래서 가끔은 두렵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생각하게 되어서 무섭다. 시간은 흐르고 인간은 늙는다. 어느날 내가 생각하고 싶지 않은 미래가 오면 난 어떻게 될까. 그들이 없을 시간들도, 그것에 심히 슬퍼하고 방황하게 될 나도 그냥 모든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하다.
그래서 이 책을 만났을 때 마음이 흔들렸다. 사랑하는 엄마를 열두살에 잃고 지금에 와 이 회고록을 쓰기까지, 이 책의 저자는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만나고 아픔을 극복하고 역경을 이겨냈을까.
책은 저자의 어머니가 유방암을 만나 치료에 힘 쓰던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어머니의 죽음을 서술하고, 어머니가 열아홉 해의 그녀의 생일에 남긴 선물과 그녀의 삶에 있을 중요한 순간마다 남긴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 선물들이 하나씩 열리면서 그녀는 성장해나간다. 그 모든 과정에서 그녀는 성취하기도, 좌절하기도, 슬퍼하기도, 행복해하기도, 많을 것을 더 잃어버리고 또 그만큼 얻어내기도 한다.
그녀를 위한 무한한 사랑을 담아, 죽기 전까지 선물을 포장하고 짧은 편지를 남기는 어머니의 마음이 상상되어 가슴이 아팠고, 그것을 매년 열어보는 그녀의 모습을 읽을 때는 참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엄마의 시간은 멈춰버렸는데 나의 시간은 흘러가고. 흐르는 나의 시간을 위해 엄마가 준비해둔 선물을 차곡차곡 열어보는 기분이란 어떤 것일까?
그 선물들은 그녀를 성장하게 한다. 어린 시절의 그녀는 어머니의 죽음이란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머니와 함께 하던 공간을 벗어나기를 두려워하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성장하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자신이 받았던 사랑만큼 다른 이들에게 베풀고자 한다. 방황하던 시절을 지나 진정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고,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어머니의 흔적을 좇으면서 어머니를 더 이해하고 한 단계 나아간다. 지금의 그녀는 멋진 삶을 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이젠 어머니에 대한 회고록을 쓸 수 있을만큼 강하고 단단한 사람이 된 것 같다.
딸의 삶의 중요한 이벤트들을 남겨두고 떠나야하는 어머니가 그녀에게 남긴 선물, 편지, 비디오... 그것들을 보자면 나도 눈물이 난다. 그것을 모두 준비하면서 그녀의 어머니는 더 그러했겠지. 그녀가 7살 때, 어머니에게 영상을 남겨달라고 했다는 내용이 있다. 인간이 가장 먼저 잊는 것이 소리라고 한다. 나도 몇년 전부터 종종 할아버지 할머니의 영상을 찍어두고, 목소리를 녹음해두곤 한다. 그 분들이 나에게 이것저것을 설명해주시던 그 소리를, 순간을 영원히 간직해두고 싶다. 잃고 싶지 않다. 같은 마음이었겠지.
책에 등장하는 어머니의 많은 기록 중, "너희가 엄마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바로 너희가 행복하게 사는거야." 라는 말과 "엄마는 너희의 일부라서 잃어버릴 수가 없거든." 이라는 말, 그리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단다. 엄마는 너의 일부가 될거야. 온 힘을 다해 너를 사랑하고, 또 사랑해. 언제까지나." 라는 말을 만날 때는 눈물을 찔끔 흘린 것 같기도... 할머니가 나에게 자주 해주시는 말과 너무나 닮았다. 누군가를 정말 사랑할 때의 마음은 국적나이를 불문하고 닮아있구나.
책을 여러번 곱씹고 난 지금도 나는 사랑하는 이들을 잃는 일이 여전히 두렵다. 무섭고 또 마주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들이 언젠가 일어난다고 해도. 내가 받아온 무수한 사랑을 기반으로, 그분들을 위해 내가 더 열심히 행복해져야한다는 것은 어렴풋이 깨달은 것 같다. 유독 할머니 할아버지가 더 보고 싶은 날이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