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의 책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2
김멜라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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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의 대상을 수상한 작품인 <이응이응>을 들어보셨는지. (읽어보셨으면 더 좋고...) 일단 난 읽어봤고, 사실 처음 작품집을 읽을 당시에는 크게 와닿는다거나 좋다는 감상이 있던 글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 책을 읽고 반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이상하게 그 내용과 그에 대한 질문, 생각들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그래서 대상작인가, 싶게... <이응이응>의 작가이신 김멜라 작가님의 다른 글들도 읽어보았고, 2024서국도에서 작가님의 문동 블라인드 북을 본 이후에는 작가님을 좋아하게 되었고, 단편이 아닌 중장편의 신작이 나온다는 소식에 바로 달려가 서포터즈 신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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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김멜라 작가님<< 이 하나만 믿고 일부러 작가님 글의 그 신선함을 느끼고 싶어 내용도 안 보고 신청했던터라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난데없이 등장하는 곤충 화자에 좀 놀랐다. 난 장면 장면을 3인칭 시점으로 머릿속에 그리며 책을 읽는 버릇이 있는데... 그래서 처음엔 온갖 곤충의 모습이 자꾸 머릿속에 그려져서 혼자 웃겼다... 할부지할무니 댁에서 오래 지내서 자세히 알기는 하는데 무서워하지는 않고 그냥 곤충의 난데없는 등장이 예상에 없던 일이라 피식거렸달까...

근데 읽다보니 곤충은 크게 문제되는 것이 아니었고, 오히려 인간 외의 존재가 두 여성을 보고 작성한 세 화자의 글은 다른 시각에서 사랑을, 세상을, 존재를 바라보게 해주는 역할을 하였다.

'곤충 셋'이 '레즈비언 여성 둘'을 관찰하고 작성하는 이야기가 책을 읽을 수록 이상하지 않게 느껴졌고, 오히려 그것이 좋은 서술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게 내 첫번째 질문이었다. 내가 지향하는 비거니즘에서, 비인간동물의 권리와 행복에 대한 이야기는 중요하다. 그런데, 같은 비거니즘을 지향하는 이들과 말을 나누다보면 이 비인간동물에 습관적으로 '곤충'은 빠져있다. 비인간의 범주에서마저 '곤충'은 소외되는 일이 많다. '레즈비언 여성'도 똑같다. 일반적인 인간의 사랑에서 이들은 소외되는 존재다. 소외되는 존재가 소외되는 존재를 보고 기록한 기록물이었기에 그것이 타당하다고 느꼈던 게 아닐까.

두번째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자연의 사이클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의 여자 주인공은 두 여성, 버들과 호랑이다. 버들은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 그 능력 때문에 버들은 종종 자연을 무서워하고, 해가 짧은 계절이면 오랜시간 잠을 자고, 또 해가 쨍쨍한 날이면 생명력이 가득한 춤을 춘다. 호랑은 처음엔 그런 버들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 곤충 화자들의 입장에서 버들은 지극히 정상이다. 곤충의 한살이를 생각해보라, 날이 궂은 계절이면 동면하고 따뜻한 날이면 이곳저곳을 누비는 많은 동물들을 생각해보라. 오히려 버들이 자연의 입장에서는 정상적이다. 인간들은 그 사이클을, 순리를 무시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인간들이 몰고온 지구의 재앙 속 버들과 호랑의 사랑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그리고 세번째가 바로 사랑의 가치에 대한 논의이다. 번식할 수 없는 사랑은 무가치할까? 버들과 호랑의 사랑은 번식할 수 없다. 자연에서 번식할 수 있는 사랑만이 가치를 가질까? 세 곤충 저자의 결론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이 결론에서 나는 작가님의 다른 작품인 <이응이응>도 함께 떠올렸다. 재생산하지 않는 사랑 또한 자연 속에서 가치를 갖는다. 자연은 일관된 것이 아니다. 그 안에서 변화하고 약동하는 것이 있기에, 그 예측 불가능성이 있기에 가치를 갖는 것이다. 이 곤충 저자들의 두 여성의 사랑에 대한 글들에서 우리는 우리가 자연에서 배제해온 부분에 대해 똑바로 바라볼 수 있고, 그것이 이상한 것이 아님을 마주할 수 있다.

마지막은 죽음에 관한 것이다. 버들과 호랑은 함께 죽을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 흔히 쓰이는 표현이지만, 생각해보면 웃기다. 죽음이 사랑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니. 사랑은 따뜻하고, 밝고, 긍정적인 것이다. 반면 죽음은 파괴적이고, 우울하며, 슬픈 것이다. 이 두 존재의 모순! 사실 이런 모순은 자연을 이루는 대부분의 것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탄생과 소멸이 공존하는 모순적인 것이 자연이니까. 그래서 나는 죽음으로 결단하는 두 사람의 사랑이 되려 자연의 섭리를 따르고 있는 것이고 자연 속에 살아가는 인간 존재가 제대로 그 속에 녹아들 수 있는 길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 편의 책 안에 담긴 내용이 굉장히 풍부하다. 인간사회가 지금까지 외면해왔거나 의도적으로 배제해온, 민감하다고 할 수 있는 내용을 당당히 써내려가기 때문에 김멜라 작가님의 글들이 매력적이지 않나 싶다. 이 책은 자연에 대한 이야기이며,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고, 인간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은데 벅차오르는 마음을 차마 글로 다 표현할 수가 없어서 원통하다. 가슴을 퍽퍽 치고 싶을 정도로... 진짜 이 책은 읽어봐야한다. 글 하나하나가, 문장 하나하나가 다른 일을 하다가도 문득문득 떠오르고 버들과 호랑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결국 내가 자연과 얽혀 살아가야하는 오늘날 해야하는 것은 무엇인지 계속 질문하게된다.

소외된 사랑을 하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이지만 그것은 이 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좋은 발판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인간의 과오를 마주하고 삶의 방법을 찾고 윤리에 대해 생각하고 옳은 것을 탐구하게된다. 이만큼 잘 쓰인 책을 요 근래에 몇편 못 봤다. 단연 하반기 최고의 책이다. 철학서라고 해도 될 정도로 깊은 울림과 깨달음을 준다. 김멜라 작가님이 앞으로도 오래오래 글을 써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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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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