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 포스트 AI 시대, 문화물리학자의 창의성 특강
박주용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6월
평점 :
'문화 물리학자'이신 박주용 교수님의 책이다. '문화'와 '물리학'의 만남이 생소하지만 반갑기도 했다. 나는 물리학을 전공하고 있고, 나중에도 물리학을 연구하며 내 삶을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지만, 책을 사랑하고 인간이 남긴 모든 문화를 궁금해하는 사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항상 과학을 공부하고 연구에도 참여했지만 남는 시간에는 항상 음악을 연주하고 책을 읽으며 살아온 것이 지금의 나이기도 하다. 그만큼, 나는 인문학적 요소와 과학적 요소의 하모니를 추구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의 내용은 재미있게 느껴졌다. 일단, 소개하시는 다양한 수학, 과학, 공학적 개념들과 기술들이 우리가 실제 살아가는 삶이나, 과거 역사와 현존하는 문화에 어떻게 녹아들어있는지 요목조목 설명해주시는 점이 흥미로웠다.
확실히 나는 어릴 때부터 수과학을 공부해왔고, 과학고등학교와 카이스트, 그리고 물리학을 공부해왔기에 개념들은 어렵지 않았다. 이미 거의 다 한 번씩 보고 배운 내용들이었고, 연구에서도 많이 썼던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개념들이 지금까지 해온 수과학 분야에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이나 음악, 창작 등 다양한 분야에 이미 적용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는 기술에 발맞추어 변모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다양한 예시와 스토리로 서술해주셔서 좋았다. 당연히 이 기술들이 생활과 역사 전반에 사용되고 있을 것임을 어렴풋이 생각하고는 있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적용되어 왔는지는 잘 몰랐는데, 많은 사례들을 만나볼 수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던 것 같다.
흔히 과학을 공부하는 친구들끼리 하는 농담 중에, 방이나 책상이 더러워지는 것을 두고 '자연계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원래 더러운게 맞다!' 이런 말들을 자주 하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이것도 과학과 문화의 융합으로 생겨난 과학 유머가 아닌가... ㅋㅋ
젤 흥미롭게 읽은 것은 요즘 핫한 주제인 AI에 대한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AI와 창작! 지금의 인공지능, 앞으로 더 발전할 인공지능의 창작물이 인간의 창작물과 동등한 선에 설 수 있느냐는 뜨거운 논쟁거리이다. 나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둘 사이에는 여전히 차이가 존재한다. 근데 그 차이를 정확히 무어라 설명하지 못했다. 그런데 책에서 말하기를, 창작은 인간의 욕망, 실행력, 의지, 아이디어가 관여하는 총체적 과정이기에 이러한 과정 없이 데이터로부터 정보를 뽑아 내뱉는 인공지능의 작품은 창작이라 볼 수 없다고 말한다. 그것을 읽고 딱 내 생각과 맞는 답변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어떤 작품을 보더라도 본인의 주관을 개입시켜 본인만의 다양한 해석을 통해 새로운 창작을 할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단지 머신러닝 등의 학습을 통해 그것을 가공해 내놓는 일만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교수님이 말하시듯, 내 생각에도 미래의 창작 과정에 인공지능이 사용되는 것은 반복적 단순 노동을 대체하거나 모델링 등의 정교성을 높이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러려면 우리 스스로도 생각하는 힘을 잃지 말고 인공지능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할 것이다.
다양한 사례와 이야기들로 수과학의 대표적 개념, 논쟁거리와 실제 문화, 인문학을 연결짓는 것이 재미있어서 잘 읽었다. 여동생이 과학 분야에도 관심을 갖는 것 같던데, 선물해주고 싶다! 수과학을 공부하는 고등학생이나, 관심이 있는 분들, 그리고 이것들이 우리 역사와 삶 속에 어떻게 녹아들어 있는지 궁금하다면 추천한다.
이 글은 동아시아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