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오래 이곳에 있어. 네가 만난 이 세상을 다 누리고, 세상이 변하는 걸 목격하고, 기쁨과 슬픔을 전부 겪고 나서 이세상에 미련이 없어질 때. 그때 시들었으면 좋겠어.""그렇게 다시 피어나 만났으면 좋겠어, 다음에도." - P316
이 세계가 나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은 괴로운 거 같아. 누군가가 내 세상을 떠나면 그 사람이 찢고 나간 틈으로 또 다른 세상이 보여.세상의 주인인 줄 알았는데 나는 점 하나에 불과하고, 심지어 그 점의 색깔과 모양마저 다른 점들과는 달라서 자꾸 이세상에 있는 걸 이상하게 봐. 잘못 튀었어. 오점이야. - P178
학교 가는 길에 버스정류장에 붙어 있는 전단지를 보았다.여기에 붙여 봤자 아무도 안 본다고 했는데 아저씨는 기어코붙였고, 나인은 그런 생각을 했다.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세상 바깥에라도 그 이름을 붙여 두고 싶은 것이라고, 파도에 휩쓸릴지라도 모래에 이름을 적어 두는 것이라고. - P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