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럼포의 왕 로보 - 세상을 바꾼 한 마리 늑대 이야기
윌리엄 그릴 글.그림, 박중서 옮김 / 찰리북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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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는 글과 그림의 저자 윌리엄 그릴의 수준 높은 창작력에 감탄을 표한다. 이 그림책에서 메사라고 불리는 언덕과 평원은 모두 두 지면을 다 동원해서 광활함을 그대로 살려냈다. 대신 그 넓은 지면에서 활약 중인 인간들의 모습은 아주 조그많게 그려서 실제적인 크기의 대비를 잘 살려냈다. 자연의 위대함이라는 상투적인 말을 그림으로 훌륭하게 포착해낸 솜씨가 돋보인다.

 

비록 늑대의 이야기지만 그 어떤 인간에 대한 이야기보다 흥미롭다. 로보는 단지 늙고 큰 덩치의 늑대가 아니라 자신의 짝인 블랑카를 향한 애정도 인간 못지 않은 진정성을 보여준다. 결국 로보가 잡히게 된 계기가 블랑카로 인함인데 자신의 운명의 파국을 맞이함에 있어 블랑카를 향한 원망은 비치지를 않고 오히려 블랑카의 상황이 염려되어 죽을 것을 알면서도 피하지 않고 찾아온 모습이다.

 

이 책의 또 하나의 주인공인 사람 "시턴"은 우리가 어렸을 때 배웠던 시턴 동물기의 저자인 모양이다. 그는 동물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사람이기도 했지만 늑대 사냥꾼이었음은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시턴은 로보를 잡고 또 로보가 죽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제는 환경 보호 운동의 창시자가 된다. 로보라는 늑대의 죽음이 진행되었던 1800년대 말의 미국 서부를 보면서 늑대와 마찬가지로 멸종되다시피 한 인디언의 삶을 떠올리게 되었다. 인간들이 도시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늑대와 인디언 등 그곳에서 오래 전부터 살아오던 생명 존재들을 제거해버리는 역사가 그려져있다.

 

이 책은 그러한 인간과 동물이 함께 이루는 생태계를 담담히 그려나가고 있다. 더하거나 빼지 않고 그렸다. 마지막에 덫에 네 발이 다 걸려버린 로보도 그렸고, 로보의 목에 밧줄을 감아 죽이려고 하는 장면도 그려냈다. 그림의 모양과 색감이 아주 간단하다. 구태여 디테일함을 살리려고 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더욱 늑대의 날렵한 움직임과 그 늑대를 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인간들의 잔인함이 잘 나타나있다. (물론 인간과 가축을 해치려는 늑대에 맞서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늑대를 죽이는 것을 뭐라 말할 것인가!) 무방비 상태로 늑대의 공격을 받아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이 책을 읽음으로 인한 고민은 늑대와 인간의 그런 상반된 운명을 알면서도, 또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방어로서의 늑대 죽이기를 인정하면서도 로보와 블랑카 또 로보의 부하 늑대들이 맞아야 했던 죽음이 동물적인 것이 아니라 비극적인 것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자연 대 자연으로 겨루었던 생사의 싸움이 아니라 인간은 총과 독과 덫이라는 문명의 이기들을 사용했고 늑대는 자연 그 상태로 싸웠기 때문이다. 늑대와 인디언들은 원래 그 땅에서 살아가던 존재들이었고, 그들을 죽음으로 내 몬 것은 그 땅에 들어온 유럽인들이었다.

 

커럼포의 늑대들은 사람의 손길이 닿은 것은 곧 속임수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이다.

 

커럼포의 늑대들 대신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들의 먹잇감이 되고 공격의 대상이 되는 사회가 도시에 건설되었다. 늑대의 멸종을 마냥 슬퍼하기 이전에 우리 인간성의 멸종부터 큰 걱정인 도시의 삶, 문명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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