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농장 걸음동무 그림책 33
프란 프레스톤 개논 글.그림, 임은경 옮김 / 걸음동무 / 201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그냥 요즘 도서관 일이 좀 부대껴서인지 어린이들에게는 공룡이 더 많이 시선을 사로잡을 법한 그림책이 내게는 그냥 농부의 고된 하루 일과가 잘 마무리되어 '잠'이라는 좋은 쉼을 쉬게되는 마무리에 나까지 덩달아 고단한 마음이 쉬게 됨을 느낀다.

 

농부는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어둑시큰한 아침을 그리고 있다. 뭔가 모르게 오늘 이 하루도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사뭇 긴장되는 마음이 그림에 다 드러나있다. 아니나 다를까 공룡들은 때를 상관하지 않고 아침 일찍 부터도 원기 왕성하게 움직이고 상상 이상의 식욕을 보이며 농부를 쫓아온다. 농부는 하루 종일 할 일이 아주 아주 많다. 새끼 공룡까지 태어나자 그나마 가지고 있던 힘도 바닥이 나버린 농부가 땅바닥에 아주 드러누워버렸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저녁밥까지 주고 가야한다. 공룡들은 지칠 줄 모르고 끝까지 맹렬한 식욕으로 이리 저리 돌아다닌다. 그런데 그 다음 장면의 그림이 내 전신을 녹인다.

 

해가 지기 시작하고

하루가 거의 끝나가요

농장의 공룡들이 행복하고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하면 집으로 갈 수 있어요

 

빨갛게 달아오른 자그마한 해가 땅 끝과 붙어있다. 농장으로 가던 아침 출근 길의 색감과는 너무 다르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공룡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그나마 아침 출근 길에 풀잎에 달라붙어 있던 곤충들도 어디론가 이미 떠나고 없다. 지친 농부와 그가 끄는 수레만 있다. 그리고 저 끝에 작은 집 한 채. 그악스럽던 공룡과는 대조적으로 집은 농부를 쉬게 만들어준다.

 

그런데 이게 웬일!

농부의 이불에 작은 공룡 무늬들이 있고, 창문으로 전혀 지친 표정 아닌 공룡 눈동자가 번득이고 있다. 그 새 공룡들도 방안에 들어와서 함께 잠이 들었다. 야심한 농장에 공룡들은 한 밤중임에도 활개를 치고 있다. 그래도 집은 농부에게 잠을 주고 쉼을 주며 공룡에 맞서준다. 농부를 대신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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