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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산골에서 ㅣ 열린어린이 그림책 9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다이앤 구드 그림, 박향주 옮김 / 열린어린이 / 2005년 10월
평점 :
근대 미국인들의 생활상이 어렴풋이 감지되는 그림들과 글로 만나있다. 어렸을 때 즐겨보던 <초원의 집>같은 느낌으로 만났다. 사대주의가 전혀 없다고는 못하겠다 내 안에. 미국사람들은 아무리 허름하게 살아도 웬지 우리네 보다는 잘 살고 있는 것 같은 그 미화된 후광까지 없애고 감상하지는 못했다고 지탄받을 수도 있겠다. 탄광 일을 하시는 할아버지, 그런 남편과 손녀와 손자를 위해 살림을 도맡아 하시는 할머니가 나온다. 의도적인 것이었을까? 아니면 실재 작가의 어린 시절이었을까? 곳곳엔 엄마와 아빠의 부재가 가득하다. 밥도 할머니가, 농장 일도 할머니가, 교회 세례 때도 할머니의 감격만이 그려져있다. 요즘 한국 할머니들은 억만금을 줘도 손주는 안 보겠다고 손사래를 치시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물론 실 생활도 그런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그런데 나는 나의 노년 즉 내가 할머니가 되었을 때를 생각할 때 웬지 마음이 부자가 되는 기분이 들 때가 있는데 그건 바로 내 손주들을 상상할 때이다. 내 자녀와는 또 다른 생명의 존재로 부각되어 마치 지구를 방문하는 외계인을 상상하고 신기해하던 어린 시절의 내가 된 기분이다. 한 다리를 건넜을 뿐인데 할머니와 손주와의 관계는 내가 직접 배아파서 초죽음이 되어서야 만날 수 있었던 자녀와의 조우와는 다른, 출생 자체가 바로 선물이 되어 오는 생명이기 때문일까! 혹시나 이 그림책의 남매에게 정말 엄마와 아빠가 없었다면 그런 손녀와 손자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눈빛이 마냥 불쌍해서 안타까워서가 아니라 함께 산골에서 살아가는 씩씩하고 의연한 동지같은 강인함이 느껴진다. 그런 강한 사랑의 눈빛을 받고 자란 아이가 이렇게 그때를 추억하여 그림책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