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이겨 내기 위해서 달리는 것은 너무나 시시한 까닭이다
전혀 쓸쓸하지 않았던 아이들 역시 많았다고. 우산 속 나의 자리도 아늑했겠지만 우산 밖 빈자리가 우쭐했던 아이들도 분명 있었다고. 그 빈자리를 스스로 채워 가며 커 간 아이들이 갖게 되는, 산성비도 부식시키지 못할 단단한 마음 같은 게 있다고. 설령 그렇지 않았던들 그건 엄마들만 미안할 일이 절대 아니라고. 당시에는 우리들 모두가 너무 어려서 사회가 ‘엄마’에게 소급해서 씌우는 책임의 무게를 잘 몰랐다. _ 211쪽
비로소, 정말이지 비로소, 등단이라는 빌어먹을 관문을 통과했다. 그제야 사람들은 과거에 자신이 했던 말을 까맣게 잊은 채 태도를 바꾸었다. 첫 출간을 하고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때는 10년 넘게 연락이 끊겼던 사람들의 톡이 날아들었다. 한때 내 삶을 비난했던 그들의 톡을 나는 가볍게 읽씹 했고 뭔가 희열을 느꼈다. 그뒤로 조금씩 복수를 하고 있다. 나를 무시했던 자들을 소설 속에 등장시켜 죽이거나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복수를 다 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열심히 소설을 쓴다. 지금처럼 등단한 무명 작가로 얼마나 오래 머물지 모르겠지만, 괜찮다. - 75쪽
사실, 삶이랑 누군가를 구하거나 구해지는 일들로 이어지며, 그렇게 여러 시절들이 서로의 둥지 같은 것이 되어 주는 누군가들을 건너가냐 이어지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을 했다. _43 쪽그때부터 나는 언젠간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존중보다는 개인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_50쪽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타자에게 문명하더니 언어로 저항 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지성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25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