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 - 4천만 부가 팔린 사전을 만든 사람들
사사키 겐이치 지음, 송태욱 옮김 / 뮤진트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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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강두천이란 말이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에서 유래한 '자존심 강한 두 천재들의 대결'이란 의미다.

일본 사전 편찬계에 전설적인 두 인물이 있다. 겐조와 야마다. 이 둘이 자강두천 한 이야기를 써낸 글이 있다.

'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는 이 두 천재들이 함께 사전을 만들고, 어떤 이유로 인해 갈라지고, 각자가 또다시 엄청난 사전을 만들어낸 경위에 대해 설명해준다. 그들이 얼마나 위대한 과정과 성과를 이루어 냈는지,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그들의 특징은 무엇일지, 특히 그들이 갈라진 이유에 대한 추적이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진정한 이유까지.

정말 흥미로운 것은 사전이라는 어쩌면 가장 필자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을 것 같은 매체에 이 두 필자의 개성이 확연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소설에만 작가가 담겨 있는 것이 아니다. '말은 소리 없이 변한다'라고 생각하며 변화하는 말을 잡아내기 위해 145만 개의 용례를 모으던 겐보와 '말이란 부자연스러운 전달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사전은 문명 비판이라고 생각했으며 사전계의 상호 복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던 야마다가 만들어낸 두 개의 사전은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었다.

그중 정답은 없다. 

정치에 빗대어 보자면 정치는 결국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하는 것이고 그 방법은 진보일 수도 있고 중도일 수도, 보수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각각의 방법이 있는 것이며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요즘은 수단이 목적이 된듯하지만.)

마찬가지로 말을 설명하기 위한 사전을 만드는 데에는 겐조의 방법과 야마다의 방법 모두 옳은 방법이었고 그 둘은 그 사전에 자신들의 삶마저 투영시켰다.

이런 천재가 한 시대에 같이, 그것도 같은 대학 동창으로 나타난 것은 하늘이 점지해주었다고 평하기보다는 위대한 작업을 해낸 천재는 하늘이 만들어주기보다는 그 옆에 있는 경쟁자가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 같다. 겐조와 야마다는 서로에게 경쟁자였으며 서로에게 롤모델이었기에 이런 위대한 업적도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출처: https://rootack.tistory.com/219 [고자질쟁이 대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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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브로디 선생의 전성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0
뮤리얼 스파크 지음, 서정은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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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은 세계만으로도 우리는 큰 세계를 표상할 수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며 브로디 무리가 표상하는 어떤 세계를 볼 수 있었다.

브로디 선생은 자신을 따르는 소녀들을 자신들이 하나의 그룹으로 생각하게 키워낸다. 다른 이들보다 좀 더 똑똑하고 특별한 선택을 하며 매력적인 어떤 그룹. 

읽으면서 브로디 선생, 로즈, 샌디, 메리 등 각자의 매력이 가득한 이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에 빠져든다. 서술하는 형식 역시 미래와 현재를 넘나들고 샌디의 몽상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등 흥겹다.

거기에 배신자는 누구인가라는 작은 장치까지 더해져 소설이 지겹지가 않다.

하지만 읽다보면 무엇인가 이상한 점을 느끼기 시작한다.

매력적인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자평하는 브로디 선생에게 이상한 점들이 보인다.

연애의 부도덕한 부분들, 브로디 무리를 자신의 입맛대로 키우려고 하는 점, 소녀들의 성장마저 조종하려 하는 모습 등

그리고 그것들을 정당화시키려고 하고 자신의 '전성기'를 주장하며 자기 확신을 통해 특별한 존재로 남는다. 그 모습은 그녀가 소설 이곳저것에서 힌트를 주던 그녀의 파시스트적 모습이다. 

그리고 미술 선생과 음악선생과의 관계를 통해 볼 때 그녀는 도덕적이지도 않다.

브로디 선생이 가장 믿던 샌디는 결국 미술 선생의 그림에서 브로디 무리의 모습들이 전부 브로디 선생의 모습을 하고 있음을 본다. 그렇게 각자의 개별성 회복에 실패한 것을 보고 브로디 선생을 배신한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도덕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서 부터 성장, 파시즘으로 설명할 수 있는 집단의 모습 등 겨우 160페이지 남짓하는 작품에 수많은 내용들이 들어 있음이 신기했던 소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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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김민철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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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해외여행이 삶에서 필수이거나 필수에 가까운 요서는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국내 여행파이고 이유는 단순하다. 비행기 값으로 술 사 먹기 위해서. 즉 내게 있어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내가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술 마시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보단 술에 방점이 찍혀 있어서 해외여행만을 고집하진 않는다.


김민철 작가님은 술이나 여행 스타일에 있어서는 나와 같지만 여행의 중요도는 정반대인 것 같다. 그녀는 여행을 가야 하는데 여행을 갈 수 없기에 기막힌 방법을 찾아낸다. 그렇게 나온 책이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이다. 김민철 작가님은 '모든 요일의 여행'에서 처음 만났고, 그 책은 나에게 있어 최고의 여행기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 또 여행에 관련된 책이 나왔으니 어찌 읽어보지 않을 수 있을까(선물 받은 것이다)


그녀가 찾은 방법은 과거에 갔던 여행지에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과거의 여행을 회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 인화된 사진을 보며 그때가 좋았지라며 잠시 즐거워한다. 하지만 그건 단지 회상일뿐이다.


김민철 작가님이 원하는 것은 정말로 여행을 떠난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상상의 여행을 간다. 과거의 여행지로 여행을 갔다고 상상하고 그 여행지를 다시 느끼기 위해 그녀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 여행을 떠난 감각을 만들기 위해 누군가에게 그 경험을 설명해버리는 방법을 취한 것이다. 그렇게 그는 여행 중 만난 할아버지, 열쇠공, 자기 옛 친구, 이모, 남편 등에게 편지를 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거기서 그녀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 이 모든 것이 왜 여행에서 중요한지 등등.


내가 편지를 받는 사람이 되었다고 상상을 해보고 내가 이 편지를 쓰고 있다고 상상을 해보면, 여행 간 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 여행지에서 겪은 일들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그 마음이 생겨난다. 이것도 여행자의 마음 중 하나이기에 난 잠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된다.


책의 타이틀인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는 여행을 가지 못한 우리가 여행을 떠난 우리를 잊지 못한다는 의미인듯 싶다. 민철 작가님은 아무래도 여행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이기에, 여행을 포기할 수 없는 이들에게 "이 시간을 건너면 다시 여행이 찾아올 것이라고 믿는다"는 말을 건네며 이 책을 통해 우리를 잠시 여행지로 떠난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리고 이 책은 단순한 여행지에 대한 감상이 아니다. 거기서 느낀 것들을 여행자의 모습을 고찰하고, 자신의 변화, 환경 문제, 소수자에 대한 문제로 까지 연결시키는 모습에서 진정한 여행의 가치까지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은 '술을 마셔야만 하는 이유'에 대한 리스트 이기도 하다. 브라보.

꿈을 꿨습니다 - P11

하지만 아름다움이 언제부터 고정되어 있던가요. - P24

여행자는 우연을 운명으로 바꾸는 사람이죠 - P25

목적지가 없었지만, 바다가 보인다면 순식간에 목적지는 바다가 되지. - P32

병뚜껑이 습관이 아니라, 당신이 습관이 된 거야.
파도가 계속 밀려오듯이 당신 생각이 자꾸 밀려와서 발목을 적셔. - P37

이 결정을 여행자의 마음으로 밖에 설명할 수가 없네요. 어떤 것에도 정박하지 않는 , 매 순간 낯선 지명을 향해 돛을 펴는 여행자의 망므이라고 설명할 수밖에요. - P41

여행자인 주제에 여행자들이 많은 곳은 피하는 이 고집은 도대체 어디서 생겨난 걸까요? - P43

결국 저는 여행자의 본분을 택하기로 했어요. 약간이라도 익숙한 것들을 뒤로하고, 낯선 것들 사이를 헤매기로 했어요. - P46

경험한 적도 없는 보뉴의 모든 순간들이 이미 그립거든요. - P47

효율적인 아름다움의 세계에서 막 건너온 나는 그 광대하고도 찬란한 빛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던 기억이 나. - P56

물론 그 순간이 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 도대체 어떤 소용이냐고 묻는다면 입을 다물게 되지. 하지만 이미 경험한 사람의 별은 아무나 훔쳐 갈 수 없어. 그 별은 누구에게 설명할 필요도 없는 너만의 별. 여행자라면 누구나 이마에 박고 살아가는 자신만의 별. - P58

이런 골목 안에 나를 떨어뜨려놓으면 나의 목표는 오직 하나가 되는 거. 길을 잃어버리기. - P61

더 빨리 가고 싶어도 속도를 조절하며 또 멈춰 서야 해. 더 가고 싶어도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멈춰 서야 해. - P65

이 모든 것을 만나기 위해 나는 기어이 여기까지 온거야. - P66

하지만 무슨 상관이겠어. 행복의 연금술이 이미 내게 있는데. 어디서든 순식간에 행복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 P67

마법같은 일이 우리에겐 일어나는 법이죠. 여행 중에는 좀 더 자주 일어나고요. 우리가 여행자의 영혼을 데리고 다니니 말이에요. 기꺼이 탄복하고, 사소한 물음도 오래 곱씹고, 매 순간 진심인 여행자의 영혼 말이에요. - P94

추천과 선물의 공통점이 있죠. 둘 다 상대의 마음에 꼭 맞길 원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잇다는 것. 다만 선물은 오롯이 상대의 취향만을 생각하면 되죠....(중략)
근데 추천은 좀 이야기가 다르죠. 내게 좋았던 것 중 상대에 마음에 꼭 맞는 것을 골라내는 과정을 거쳐야 하잖아요. - P101

그 여행을, 좋았던 순간을, 해맸던 순간을, 좀 돌아가고도 싶었고, 좀 더 오래 머물고도 싶었던 그 순간을 작은 기념품에 담고 싶으니가. 절박하게 기억의 한구석을 손에 잡히는 무엇으로 바꿔서 가지고 싶으니까. - P120

딱 소화하기 좋을 정도로 작고 가벼운 사고. 여행자의 이 간사한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 P174

사람이 희미해져 있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그 사람의 어던 부분도 남아 있지 않은 무채색의 존재가 거기 서 있더라고요. - P181

구체적인 행복을 열망할수록 가난해지는 기분. - P182

한 도시의 영혼은 어디 한 곳에 고정되지 않는 법이라고, 당신 영혼에 꼭 맞는 이 도시의 영혼을 찾아보라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 P183

매순간 이 여행이 내 마음에 꼭 들도록 만드는 것을 나의 유일한 목표로 삼으며 여행하고 있어. - P226

움직이는 여행자의 몸속에 이토록 움직이지 않는 마음이라니. - P228

나에게 공항은 거대한 불확실성의 세계, 원치 않는 우연이 자꾸 개입하는 세계, 빨리 통과하고 싶은 세계에 불과해
..(중략)...
희박한 시나리오들이 그 짧은 순간에도 끝없이 반복돼. 그러다가 결국 여행 떠나온 걸 자책하는 순간까지 있다니까. - P248

여행자 김민철은 내 여행의 범위를 자꾸만 고민하는 사람이네요.
...(중략)...
고민 없는 사람보단 고민을 하는 사람이 낫겠죠. 심지어 좋아하고, 닮고 싶은 사람이 온몸으로 던져준 고민이라면 나도 그 고민을 정면에서 온몸으로 받아야 마땅하겠지. - P261

근데 그거 아세요? 기억하려고 애쓸수록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들은 다른 것들이었어요. 거침없이 노골적으로 차별하는 사람들...
(중략)
‘정상‘에 대한 비정상적일 정도의 집착. 조금만 달라도 ‘정상‘이 아니죠. - P271

목소리를 잘 내지 않는 사람이 목소리를 낼 땐, 귀 기울여야 하죠. - P282

본능적으로 알았던 거지. 사람의 부드러운 위로가 아니라 거칠고 명징한 바다의 위로가 필요하다는 걸. 아무도 없는 겨울 해운대라면 그런 위로를 해줄 수 있다는 걸. - P284

마음이 이미 바닷가에 도착해 있어서 어쩔 수 없었어요. 몸이 무슨 힘이 있겠어요. 재빨리 마음을 따라잡으러 달려 나갈 수밖에 - P291

과장법이 심하다고요? 여행자잖아요. 과장법은 여행자의 특권인걸요. - P292

고치려면 시간이 걸릴 거예요. 어쩌면 오래도록 제자리걸음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게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되지는 못하죠. - P298

제 곁의 양지를 조금 넓혀봐야겠어요. 그곳에 어떤 씨가 싹을 틔울지 알지 못하잖아요. - P299

공항 밖으로 나서면 갑자기 무대 조명이 꺼지고 관객석에 형광등이 켜진 것 같은 그 돌연한 환기 - P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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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눈동자 안의 지옥 - 모성과 광기에 대하여
캐서린 조 지음, 김수민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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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의 서평단 활동으로 케서린 조의 『네 눈동자 안의 지옥』 의 초반부를 받아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작품은 논픽션이다. 캐러신은 아이를 출산한 후 갑작스레 '산후 정신증'이라는 정신적 문제가 발생하고 정신병원에 갇힌다. 그녀는 처음에는 자기 자신마저 현실이 아니게 느껴질 정도였으나 남편과 자기 아들을 적어둔 가계도를 시작으로 차츰 기억과 현실을 찾아간다. 이 작품은 그 과정에서 남편이 준 노트에 적어나간 기록들이다. 주인공의 노력들에서 우리는 기억을 기억하는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기록이 인간 정신에게 얼마나 건강한 행위인지를 다시 깨닫게 해준다.

서평단 활동으로 받은 부분까지에는 케서린이 아직 정신증 발작의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 그 원인이나 극복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확인하고 싶게 만든다. 구매각? 문장이나 문단의 호흡 역시 굉장히 짧고 빨라 읽기가 좋아 다른 일을 하면서 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재밌는 것은 작가의 이름에서 드러나듯 한국계 미국인이다. 작품 시작부터 한국의 출산 전통 이야기로 시작하여 중간중간에 한국 사람인 내가 보기에는 식상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는 설화, 전래 동화, 민간 전설 등을 삽입했다. 나에겐 식상할 수 있겠지만, 외국 사람들이 보기에는 신기한 이야기들과 풍습이 아닐까? 그런 이야기를 한국계 미국인이 쓰고 그렇게 쓰인 외국의 한국 이야기를 한국 사람인 내가 읽는 순간순간의 매력은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이다.

 

#네눈동자안의지옥 #캐서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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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세대 - 누가 한국 사회를 불평등하게 만들었는가
이철승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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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사회를 만들겠다고 자신들을 희생해가며 운동하던 사람들을 지도 권력으로 만들었고 변화된 세상을 기대했다. 자유로운 개인이 서로 존중하고 사회적 위험을 분담하고, 노동의 대가를 적절히 공유하는 사회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세상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아니 오히려 더 안 좋아진 것도 같다. 왜 일까?

이철승의 <불평등의 세대>는 그 이유를 들려준다. 

핵심은  386 세대가 자신들의 네트워크와 세대의 기회(운)를 통해 이 위계 구조의 상층을 '과잉 점유'하면서 세대와 위계가 얽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네트워크는 민주주의 투쟁 등 이념으로 만들어진 연대와 그 이념으로 만들어진 노동조합 등 단체이다. 운은 금융위기와 베이비붐이라는 시대를 타고났다는 것, 세계화와 디지털화가 진행되는 시기였다는 것이다.

산업화 세대는 동아시아 특유의 벼농사 문화로 인한 '협업'과 '위계'의 원리를 국가 성장을 위한 국가 관료제와 기업 조직에 최초로 이식했다. 이후 세대인 민주주의를 외치던 386 세대는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토대로 중심부로 진입해 '신자유주의적 시장주의'를 결합시켰다. 금융위기 때 비정규직이라는 유연화된 위계구조를 만들어 그들의 시스템을 공고히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그들은 윗세대에서 배운 부의 세습을 그대로 반복한다.

그들이 약속했던 평등은 오간데 없고 세대 간, 세대 내 불평등은 더 늘어가고 있다.

결국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는 한 정부의 지키지 못한 약속이 아닌 이 세대의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그리고 아직도 그 거짓말을 그만둘 생각이 없어 보인다.

<빌리어드>, <재즈>의 작가인 노벨 문학상 수상자 토미 모리슨은 1992년 한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지식 없는 지혜, 데이터 없는 지혜가 단지 직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참으로 쉽게 잊곤 합니다." 소설가마저도 이러는데 사회를 해석함에 있어서 데이터는 당연히 뒷받침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모든 주장은 그 데이터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사회의 문제를 세대론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그 주장 하나하나가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고, 충분히 맞아떨어져서 책이 밑줄 투성이다.

세상에 불평하고 변화를 꾀하려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단순한 감이 아닌 과학적 분석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면, 뭔가 위화감을 느끼는데 정확히 뭐라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매우 좋은 인사이트를 주는 책이다.

386 세대가 권력을 잡고 민주주의가 공고화된 오늘날, 우리 사회는 여전히, 어쩌면 더욱 심화된 ‘불평등 구조‘를 가진 사회가 되었다. - P16

이 책은 ‘민주주의의 완성‘과 ‘불평등의 심화‘가 공존하는 한국 사회의 모순을 해명하기 위해 ‘세대론‘, 즉 ‘세대의 정치‘를 이야기한다. - P17

왜 386 세대의 네트워크가 문제가 되는가?
첫째는 그 규모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그 규모에서 다른 모든 세대를 압도한다.
둘째는 그 네트워크의 응집성이다. 이 세대의 네트워크는 ‘평등주의‘ 혹은 ‘분배 정의‘라는 기치 아래 20대 초부터 선후배 및 동년배간.. 등의 조직을 중심으로 구축되었다.
셋째는 ..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겪었다는 점이다.
넸재는 세대 내의 이념 충돌이다... 산업화 세대가 협업과 위계의 원리를 국가 관료제와 기업 조직에 최초로 이식했다면, 이 세대는 그 위에 ‘신자유주의적 시장주의‘를 결합시켰다. 한 세대 안에 ‘평등주의‘와 ‘시장주의‘가 동시에 태동한 셈이다.
다섯째는 이 네 요소가 ‘정치, 경제적 이익 네트워크‘로 전환되어 ‘권력의 과두제화 독점‘이 장기화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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