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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조앤 디디온 지음, 홍한별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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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존을 한순간에 잃은 조앤의, 담담하지만 처절한 비애와 애도의 시간을 담은 글이다.
글이 끝날 때까지 매 문장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그녀의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 사람이 무의식중에 돌아올 것이라 믿고, 누군지도 모르는 이에게 비이성적인 분노를 쏟아내기도 한다.
모든 일이 평소와 다름없었는데, 존이 떠났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자꾸 그때의 기억을 더듬는다.

남겨진 사람은 그렇게 지난날을 돌아보며 징조와 놓친 메시지를 찾는다.
그리고 먼저 떠난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여기게 된다.

40년의 결혼 생활 동안 자신을 남편의 시선으로 바라봐 왔기에, 스스로가 나이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했다.

끝없는 결핍과 공허, 의미의 부정과 무의미를 경험할 수밖에 없는 순간들이 이어진다.

결국 그녀는 죽은 이를 놓아주고, 그를 테이블 위의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녀는 계속해서 기억을 반복하며,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가야 한다.
존이 생전에 말했듯, 물살이 바뀌는 걸 느끼고 바뀌는 순간에 같이 가야한다. 어렵겠지만.

하지만 그렇게 남편을 보낸 조앤 디디온은 몇 년 뒤 딸 퀀타나를 떠나보내고, 그 절규를 또 다른 작품 『푸른 밤』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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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움큼의 외로운 영혼들 - 세기전환기의 멜랑콜리
강덕구 지음 / 을유문화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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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이 존재할 것이고, 그에 대해 상처 받을 준비를 해야 하니까 그렇다. 


강덕구의 『한 움큼의 외로운 영혼들』은 작가가 그동안 본 영화, 음악, 소설, 인물들에 대한 평론이다.

글을 쓰면서 그는 끊임없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고, 이 질문으로 돌아갔을 때 글을 끝맺는다.


'공포심을 없애기 위해서는, 그 공포심이 발생한 장소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는 반대의견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많은 문학 독자는 순환하는 문학적 우주를 떠도는 정지돈의 모험에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평범한 인간인 나는 단순하고 직선적인 길을 따르는 박대겸의 모험 쪽에 내기를 걸겠다. 그럴 때 예술은 비로소 치러야 할 싸움이 되는 것이다."


평론가가 어느 한쪽에 비중을 두어 평가하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많을 텐데, 그는 그 공포심의 장소로 돌아가서 자신이 경험했던 작품들을 평하고, 앞으로의 삶과 작품들을 접하는 길을 공포심의 장소로 위치하게 한다.


얼마나 많은 책을 보고 영화를 보고 생각을 해야 이런 글이 가능할까.

수많은 내 취향의 작품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며 나의 취향은 내가 좋아서 만들어진 것일까, 작가나 평론가들의 글을 읽다가 생겨난 것일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렵지만 관심을 가졌던 정지돈의 소설, 더 깊이 알고 싶어 평전까지 샀던 발터 벤야민의 이론, 모든 작품을 다 가지고 있지만 언제나 어려운 제발트의 소설들, 그리고 언제나 잘 모르겠는 영화와 음악. 강덕구의 이 글은 그 속에서 작가의 생각을 듣는 것도 좋았지만 이 어려운 작품들의 숲에서 헤쳐나갈 길을 주기도 했다.


강덕구가 던진 질문을 다시 나에게 던져본다.

"나의 공포가 발생하는 장소는 어디일까"


많은 문학 독자는 순환하는 문학적 우주를 떠도는 정지돈의 모험에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평범한 인간인 나는 단순하고 직선적인 길을 따르는 박대겸의 모험 쪽에 내기를 걸겠다. 그럴 때 예술은 비로소 치러야 할 싸움이 되는 것이다. - P202

공포심을 없애기 위해서는, 그 공포심이 발생한 장소로 돌아가야 한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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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팝의 고고학 1980 - 욕망의 장소 한국 팝의 고고학
신현준.최지선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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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팝의 고고학 - 1980 욕망의 장소』 - 신현준, 최지선 


📖당연히 촌스러워야 할 흘러간 음악들이 촌스럽다기보다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느낌을 준다. 

노래만 들으면 분명 촌스러운 게 당연한데 왜?


📖향수의 사전적 의미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다. 고향과 그리움, 둘 모두 지금 내 곁에 없음을 내포한다. 시간은 흘렀고, 공간은 변했으니 고향의 지명은 남아있더라도 내 기억 속의 고향은 없어졌다. 고향이 정말 좋아서 그립다기보다는 이젠 없기 때문에 그립다.


📖신현준, 최지선의 한국 팝의 고고학, 1980편은 음악을 고향처럼 그려내었다. 

과거의 음악들도 지금 내 곁에 없다는 부분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처럼 그립다. 

특히 "1980 욕망의 장소"에서는 조용필-여의도, 김현신-신촌처럼 그 시절 음악들을 어떤 공간과 연결시켜 더욱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음악을 듣는 내가 변하고, 그 음악이 태동한 장소도 변한다. 그래서 그립다.


* 본 게시물은 을유문화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도서협찬 #한국팝의고고학 #한국팝 #대중음악 #신현준 #최지선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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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
김헌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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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 - 김헌


📖 중고등학교 때 항상 추천 도서 목록에는 항상 그리스로마 신화가 포함되어 있었다. 서양 문화의 기원 중 하나라서 지혜를 위해서는 읽어야 한다는데 그게 무슨 소린지 몰랐었다. 그냥 잘 설명된 책을 읽고 지식과 지혜를 얻으면 될 것을 굳이 모호한 은유들로 가득한 신화를 읽어야 하겠느냐는 생각했었다.


📖 살아가다 보니 세상에는 절대적인 진리나 지혜는 없고 단지 상황에 따라 필요한 것들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상그동안 인류가 쌓아온 문화가 지금의 상황들을 만들고 있으니, 상황에 맞는 지혜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쌓인 문화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큰 축 중 하나가 그리스로마 신화이다. 

📖 『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단지 신화들을 나열하는 책이 아니다. 저자의 풍부한 신화 연구를 바탕으로 신화의 많은 등장인물과 스토리를 조합하고, 거기서 찾을 수 있는 교훈을 이야기해준다. 또한 그런 교훈을 신화로 남겨야했던 이유를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한데, 저자는 이 부분도 다루어준다. 친절한 설명을 읽다 보면 마치 하나의 좋은 멘토를 찾은 기분마저 든다.



📖 완독하고 나서 든 생각은 다시 읽어야겠다는 것이다. 한권의 책을 통해 신화를 바라보는 눈이 좀 더 높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높아진 눈으로 다시 읽는다면, 아마 살아감에 도움이 되는 더 많은 것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도서협찬 #도서제공 #그리스로마신화 #인문 #신화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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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름다운 제프 다이어 선집
제프 다이어 지음, 황덕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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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즈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거나 바에 앉아 있는 모습이 참 멋져 보였다. 나도 멋있어 보이기 위해 재즈를 들어보려 했지만, 왜 항상 초창기 재즈부터 설명해주는지, 그리고 왜 요즘 재즈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ㄷ 않는지 의문이었다.


📖 재프 다이어의 『그러나 아름다운』 역시 모든 재즈 관련 책들이 그러듯 레스터 영, 텔로니어스 멍크, 버드 파월, 벤 웹스터, 찰스 밍거스, 쳇 베이커, 아트 페퍼, 그리고 듀크 엘링턴이라는 초창기 재즈 연주자들을 그려낸다.


재즈를 들을 때 다른 이의 연주를 차용하여 자신의 소리로 바꾸는 연주자의 연주를 들으며 사전 지식이 있는 사람은 그것을 알고 들을 것이고, 모르는 사람은 새로운 창조라고 생각하며 들을 것이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는 중요하지 않다.


책을 하나의 음악이라고, 특히 재즈라고 한다면,  재즈를 들을 때의 과정이 책에도 적용될 것이다. 


재프 다이어는 여러 자료, 특히 연주자가 찍힌 사진을 보며 그 순간들을 재창조해낸다. 하지만 사진에 대한 정보가 없기에 사람들은 이것이 사실인지 픽션인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괜찮다. 이 책은 재즈에 대한 책이고 재즈는 원래 그렇게 듣는 음악이니까.


📖 재프 다이어는 사진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그러나 아름다운』에서는 재즈의 순간을 사진의 감각으로 그려내는 듯하다. 장면에 등장하는 하나하나의 요소에 대한 세세한 묘사가 돋보인다. 무엇보다 사진이 그림과 다른 점은 사진은 찍혀있는 순간의 앞과 뒤가 연상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진은 순간이지만 영원이다. 재프 다이어는 재즈 연주자의 삶의 장면들을 이렇게 사진처럼 그려낸다.


📖 그래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재즈는 혁신과 즉흥 연주를 통해 앞만을 바라보는 음악이었기에 과거의 연주 방법을 답습하며 발전시키는 것은 멋진 연주를 만들어낼 수는 있으나 옛 연주 같은 전율을 주지는 못한다. 그렇기에 재즈를 들을 때 현대 재즈보단 그것의 바탕이 되는 옛 연주들로 자꾸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제프 다이어는 아마도 이런 전율을 만들어내는 초기 연주자들의 순간들을 그려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들이 만들어내던 전율의 순간이 가능한 이유는 설명으로는 불가하기에, 연주자들을 사진과 같은 한순간으로 그려냄으로써 읽는 이에게 연주자 자체를 인식시키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전율의 순간들을 만들어내던 연주자들은 새로움을 만들어내기 위해 자신의 삶 자체마저 파괴하며 연주를 해나갔다. 그리고 그들은 파괴되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연주가 남았다.


📖 재즈의 발상지인 뉴올리언스에는 유명한 바, 그리고 그 바에서 유래된 칵테일이 있다. 바로 Sazerac Coffe 바의 칵테일사제락이다.

사제락과 함께 옛 재즈를 들어보는 주말을 기다린다.


-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도서협찬 #도서제공 #그러나아름다운 #제프다이어 #을유문화사 #을유 #예술 #비평 #재즈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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