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들 - 손석희의 저널리즘 에세이
손석희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면들』 - 손석희


📖 우리가 보는 어떤 현상은 다양한 사실들이 조합된 결과이다. 그래서 현상에 대한 단순한 가치판단은 위험하다. 가치판단에는 선입견이나 잘못된 사고, 주변 사람들의 영향이 크게 작용할 수 있으니 어우러진 사실들을 확인해야 한다. 조합되는 사실들을 확인하고 선후 관계와 인과관 계를 파악해야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 


📖 손석희의 『장면들』은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사건을 만들어낸 다양한 장면들을 봄으로써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들, 인과관계의 오류, 선후 관계의 문제, 알지 못한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손석희가 이야기하는 '언론의 역할은 시민사회에 진실을 전하는 것'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언론인으로서 살면서 보아왔던 것들을 엮은 에세이집이지만, 한 장 한 장이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 언론인으로서 생각하는 것들을 담백한 어조로 여러 장면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언론의 역할이나 행동방식이 무엇인지는 사람들마다 다를 테니, 손석희의 말들을 옳다고 이야기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언론인으로서 손석희가 생각해온 바를 확인하고, 그런 생각들이 과연 시민들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지, 아니라면 어떤 부분이 문제였던 것일지를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소녀 - 꿈을 따라간 이들의 이야기
벨마 월리스 지음, 김남주 옮김 / 이봄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소설은 그위친족(아타바스카족)의 전설을 바탕으로 인과 관계의 공백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메꾸어 만들어진 이야기이다. 소재가 구전 전설이라서인지 소설이라기보다는 전래동화, 설화 같은 느낌을 받았다.

📖 읽으면서 생각나는 다른 이야기들이 있다. 그것은 파랑새 동화, 플라톤의 동굴, 이카루스 신화, 그리고 현대 여성의 이야기였다. 미지의 세계를 찾아 가족을 떠나지만 결국 가장 소중한 것은 가까운 곳에 있었음을 깨닫고 돌아가는 부분에서 파랑새를 찾아 떠난 이들이, 생존을 최우선이라고 말하며 삶에 변화를 주지 않는 모든 이들 사이에서 혼자 탐험을 해나가는 다구의 모습에서 플라톤의 동굴을 빠져나가는 이의 모습이, '해의 땅'을 찾아 떠나 너무 멀리 갔기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다구에게서 이카루스가, 정해진 여성의 역할을 강요받자 거부하며 떠나는 새소녀에게서 현대 여성들의 모습이 연상된다.

📖 알래스카 부근 민족들의 전설에서 다른 이야기들이 생각나는 것은 아마도 모든 사회에 공통된 지혜가 있기 때문일까 생각해본다. 사회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보니 반복되는 삶 속에서 만들어지는 공통된 문제와 이를 해결하는 지혜가 이야기로 쌓일 것이고 이 중 일부는 사회의 규칙이 되기도 한다.

📖 『새소녀』는 이런 규칙 속에서 살아가야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찾아 떠나는 두 소년 소녀의 이야기이다. '빛의 땅'을 떠나 떠나는 다구, 부족이 요구하는 여자의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려 하는 새소녀는 결국 많은 것을 잃고 원래의 자리를 찾아온다.

📖 이 전설의 결론은 규칙을 지키는 것이 맞다는 것일까? 아니면 규칙을 벗어나 원하는 것을 찾아 떠나는 자유가 옳다는 것일까? 그런 것은 의미가 없다. 지금 만들어진 규칙 역시 규칙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규칙을 벗어나 떠난 사람들의 역사까지 모여 만들어진 것이니 어느 하나가 옳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린 단지 '우리의 미래를 믿고' 삶을 살아가야 할 뿐이다.

📖 소설의 제목은 좀 아쉽다. 소설의 원제는 'Bird Girl and the Man Who Followed the Sun'이다. 이야기의 중심은 새소녀 보다는 태양을 찾아 떠난 다구에게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하필 남성에게 이야기의 중심이 향해있는 것은 과거 많은 사회가 가부장적이었고 이 이야기는 그 사회의 전설이기 때문일 뿐이다. 이렇게 보면 소설의 제목을 '새소녀'로 지어버린 것은 남자의 이야기가 중심이면 안 된다는 요즘 시류에 편승했기 때문인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 약간의 아쉬움은 남았지만 어떨 때는 성장 소설로, 인간의 삶 전체에 대한 이야기로, 어쩌면 사회 전체의 이야기로도 읽힐 수 있는 좋은 이야기였다.

#새소녀 #벨마월리스 #성장소설 #이봄출판사 #가제본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 쓰는 딸들 - 뒤라스, 보부아르, 콜레트와 그들의 어머니
소피 카르캥 지음, 임미경 옮김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글 쓰는 딸들』 - 소피 카르캥


📖 작가의 삶은 하나의 측면에서만 해석할 수 없다. 그의 삶 속에 존재하던 다양한 원인으로 작가는 탄생했고, 그 결과가 작품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후대에서는 작품에서 시작하여 삶의 여러 모습들을 추적해가며 작가를 해석해야 한다. 이 책은 해석의 시선을 여성 작가와 어머니의 관계에 두고 있다.


📖 뒤라스의 어머니는 식민지 이주의 삶 속에서 결핍을 건네주었고, 뒤라스는 결핍을 채워야만 했다. 보부아르의 어머니는 엄격한 가치관을 강요하며 딸을 소유하려 했고, 이는 보부아르에게 자유를 갈망하게 했다. 콜레트의 어머니는 만물을 사랑했기에 딸은 오히려 사랑의 부족과 답답함을 느꼈고, 콜레트는 밀착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셋 모두 어머니가 건넨 어떤 것 때문에 글을 써야만 했고 이는 모두 어머니를 떠나면서 시작되었다.


📖 하지만 이렇게 어머니를 떠나면서 시작된 글쓰기는 결국 어머니에게로 돌아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결핍을 보충했을 때 결핍의 원인을 보게 되고 어머니를 이해한다. 자유를 찾아 글을 쓰면서 억압에 항쟁하는 것은 같은 억압에 있던 어머니를 대신한 투쟁이 된다. 밀착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어머니와 동일해진다. 자식을 낳고 커가며 여성으로서의 어머니가 죽어간다는 의미에서 볼 때, 코끼리가 죽을 때 고향을 찾아가듯 이들의 글쓰기는 결국 어머니를 향해 있었다.


📖 여기서 왜 이 책이 '여성'인 어머니와 '여성'인 작가의 관계에 집중했는지 드러난다. 결국 작가와 어머니는 모두 '고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여성이기에 발현되는 공통점이었기에 해석의 시선은 '여성', '어머니', '작가'로 향한다.



📖 일단 읽기에 어렵지 않은 글이었다. 회사 일 때문에 지지부진하다 이틀 만에 거의 다 보았다. 하지만 '읽기 쉽다'와 '매끄럽다'는 다른 이야기이다. 작가의 삶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심리학적으로 해석하는 내용을 넣을 때 뭔가 억지스러운 느낌이 있었다. 어쩌면 내 지식이 짧아서 생기는 문제일 수도 있다. 한 예로 꽤 많은 부분을 돌토 박사의 이론에 기대고 있는데, 그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는 나에게는 뜬구름 잡는 느낌이 들었다. 이 부분은 각주로 보충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 다양한 시각으로 작가들을 바라보는 것은 책을 읽는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책을 왜 읽느냐'는 물음에 '책을 읽으면서 지식의 습득보다는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해석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라고 답했는데, 이 책이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글쓰는딸들 #소피카르캥 #창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기 日記 - 황정은 에세이 에세이&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기』 - 황정은


사람 사이에도 공명현상이 있다고 믿는다. 주파수가 맞는 사람과 함께일 때 난 안정감을 느낀다.

황정은의 글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그녀의 첫 산문집인 『일기』까지 너무도 읽기 편한 문장과 호흡, 가슴 속에 전달되는 속도 등 어떤 부담도 없이 안정감 있게 읽히는 것에서 황정은이란 사람과는 주파수가 맞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일기』에서 인용되는 꽤 많은 작품이 내가 좋아하고 가지고 있는 것들이라는 데서 또 한 번 그런 생각을 해본다.


산문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난 '나'라는 용어의 사용이라고 생각한다. 사사로운 글이기에 '나'가 빠질 수는 없지만, 너무 자주 등장하면 나르시즘에 빠진 것처럼 보여 무엇인가 거북하다.  학창 시절에 일기 쓰는 법을 가르쳐주던 선생님이 '나'를 쓰지 말라고 하셨던 것도 기억난다.


황정은의 산문에서는 '나'의 절제된 사용이 보기 좋다. 거리낌없이 자기 가치관을 이야기하는 글들이지만, 그것이 그리 거슬리지 않는 것은 아마 이 절제된 '나'의 사용때문이 아닐까 싶다. 자신이 드러나야 할 때만 사용되는 '나'를 통해 황정은은 개인적인 이야기임에도 읽는이와 거리가 멀어지지 않는다.


이 글은 '일기'라는 제목을 갖고 있지만, 진짜 일기가 아닌 사사로운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일기라는 제목을 붙인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사롭다는 작가의 말과 달리 개인적인 글이라서 더욱 작가의 생각이 여과 없이 드러나 있고, 그 생각들은 개인적이라기 보다는 사회적인, 구조적인 문제에 연결되어 있다. 

당연할 것이다. 개인이 겪는 일 중 정말로 개인이기에 겪는 것보다는, 사회 속에 존재하기에 영향을 받아 겪는 일들이니 '사사로운' 일들은 곧 '사회로운' 일들일 것이다. 


황정은은 삶 속에서 다양한 폭력을 보고 경험하며 어딘가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 비록 쓰는 일을 '견디는 일'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쓰는 것을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받았던 폭력을 결국 말할 것을 알았기에 N을 만나길 거부했던 것에서 보듯 그는 결국 글로 말을 해야하는 사람이다.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우린 우리가 '기여한' 모든 것을 제대로 인식해아하고 발언해야 한다.

그래서 황정은은 이 산문집을 통해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결국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일 것이다.


다들 평안하길

부디

건강하시기를. - P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 - 4천만 부가 팔린 사전을 만든 사람들
사사키 겐이치 지음, 송태욱 옮김 / 뮤진트리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강두천이란 말이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에서 유래한 '자존심 강한 두 천재들의 대결'이란 의미다.

일본 사전 편찬계에 전설적인 두 인물이 있다. 겐조와 야마다. 이 둘이 자강두천 한 이야기를 써낸 글이 있다.

'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는 이 두 천재들이 함께 사전을 만들고, 어떤 이유로 인해 갈라지고, 각자가 또다시 엄청난 사전을 만들어낸 경위에 대해 설명해준다. 그들이 얼마나 위대한 과정과 성과를 이루어 냈는지,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그들의 특징은 무엇일지, 특히 그들이 갈라진 이유에 대한 추적이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진정한 이유까지.

정말 흥미로운 것은 사전이라는 어쩌면 가장 필자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을 것 같은 매체에 이 두 필자의 개성이 확연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소설에만 작가가 담겨 있는 것이 아니다. '말은 소리 없이 변한다'라고 생각하며 변화하는 말을 잡아내기 위해 145만 개의 용례를 모으던 겐보와 '말이란 부자연스러운 전달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사전은 문명 비판이라고 생각했으며 사전계의 상호 복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던 야마다가 만들어낸 두 개의 사전은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었다.

그중 정답은 없다. 

정치에 빗대어 보자면 정치는 결국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하는 것이고 그 방법은 진보일 수도 있고 중도일 수도, 보수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각각의 방법이 있는 것이며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요즘은 수단이 목적이 된듯하지만.)

마찬가지로 말을 설명하기 위한 사전을 만드는 데에는 겐조의 방법과 야마다의 방법 모두 옳은 방법이었고 그 둘은 그 사전에 자신들의 삶마저 투영시켰다.

이런 천재가 한 시대에 같이, 그것도 같은 대학 동창으로 나타난 것은 하늘이 점지해주었다고 평하기보다는 위대한 작업을 해낸 천재는 하늘이 만들어주기보다는 그 옆에 있는 경쟁자가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 같다. 겐조와 야마다는 서로에게 경쟁자였으며 서로에게 롤모델이었기에 이런 위대한 업적도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출처: https://rootack.tistory.com/219 [고자질쟁이 대나무 숲]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