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녀 - 꿈을 따라간 이들의 이야기
벨마 월리스 지음, 김남주 옮김 / 이봄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 이 소설은 그위친족(아타바스카족)의 전설을 바탕으로 인과 관계의 공백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메꾸어 만들어진 이야기이다. 소재가 구전 전설이라서인지 소설이라기보다는 전래동화, 설화 같은 느낌을 받았다.

📖 읽으면서 생각나는 다른 이야기들이 있다. 그것은 파랑새 동화, 플라톤의 동굴, 이카루스 신화, 그리고 현대 여성의 이야기였다. 미지의 세계를 찾아 가족을 떠나지만 결국 가장 소중한 것은 가까운 곳에 있었음을 깨닫고 돌아가는 부분에서 파랑새를 찾아 떠난 이들이, 생존을 최우선이라고 말하며 삶에 변화를 주지 않는 모든 이들 사이에서 혼자 탐험을 해나가는 다구의 모습에서 플라톤의 동굴을 빠져나가는 이의 모습이, '해의 땅'을 찾아 떠나 너무 멀리 갔기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다구에게서 이카루스가, 정해진 여성의 역할을 강요받자 거부하며 떠나는 새소녀에게서 현대 여성들의 모습이 연상된다.

📖 알래스카 부근 민족들의 전설에서 다른 이야기들이 생각나는 것은 아마도 모든 사회에 공통된 지혜가 있기 때문일까 생각해본다. 사회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보니 반복되는 삶 속에서 만들어지는 공통된 문제와 이를 해결하는 지혜가 이야기로 쌓일 것이고 이 중 일부는 사회의 규칙이 되기도 한다.

📖 『새소녀』는 이런 규칙 속에서 살아가야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찾아 떠나는 두 소년 소녀의 이야기이다. '빛의 땅'을 떠나 떠나는 다구, 부족이 요구하는 여자의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려 하는 새소녀는 결국 많은 것을 잃고 원래의 자리를 찾아온다.

📖 이 전설의 결론은 규칙을 지키는 것이 맞다는 것일까? 아니면 규칙을 벗어나 원하는 것을 찾아 떠나는 자유가 옳다는 것일까? 그런 것은 의미가 없다. 지금 만들어진 규칙 역시 규칙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규칙을 벗어나 떠난 사람들의 역사까지 모여 만들어진 것이니 어느 하나가 옳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린 단지 '우리의 미래를 믿고' 삶을 살아가야 할 뿐이다.

📖 소설의 제목은 좀 아쉽다. 소설의 원제는 'Bird Girl and the Man Who Followed the Sun'이다. 이야기의 중심은 새소녀 보다는 태양을 찾아 떠난 다구에게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하필 남성에게 이야기의 중심이 향해있는 것은 과거 많은 사회가 가부장적이었고 이 이야기는 그 사회의 전설이기 때문일 뿐이다. 이렇게 보면 소설의 제목을 '새소녀'로 지어버린 것은 남자의 이야기가 중심이면 안 된다는 요즘 시류에 편승했기 때문인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 약간의 아쉬움은 남았지만 어떨 때는 성장 소설로, 인간의 삶 전체에 대한 이야기로, 어쩌면 사회 전체의 이야기로도 읽힐 수 있는 좋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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