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자르기

집을 팔고 배를 산 날
가족은 창고 방으로 이사 왔다
그날부터 나의 말은 녹슨 자전거처럼
삐걱거리는 소음이 되었다
윤활유가 부족한 모터 속으로
학원비가 빨려 들어가고
녹슨 자전거처럼 벽에 걸려 있는 시간이 많았다
배보다 작은 방에서 밤마다
엄마는 서로의 팔을 찰칵 채워
엉겨 붙여 잠을 재웠다
부러진 자전거 바큇살을 밤새 용접해
포구와 멀리멀리 떨어진 곳으로 달려가
씨앗처럼 작은 곳에라도 내 방을 짓고 싶었다
열쇠 구멍 하나만이라도 갖고 싶었다
집을 팔고 배를 산 날부터
바다를 조각조각 잘라 본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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