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고기생충학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이다. 돈 얘기만은 아니다. 미라가 나오는 회곽묘들은 대부분 우리나라를 좌우했던 명문가의 조상들. 그러다 보니 자기 가문의 조상이 미라가 됐으며 또 기생충까지 나온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 이장 과정에서 발견된 미라들 중 많은 수가 연구자 손을 거치지 못한 채 그냥 화장돼 버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에서 나온 미라들의 연구 결과가 대부분 유수의 외국 학술지에 실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반 가문들의 대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그 당시 사람들 중 기생충에 안 걸린 사람이 대체 어디 있겠는가? - P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