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의 요강

세계에서 가장 유명세를 탄 변기는
마르셀 뒤샹(1887~1968)의 변기일 것이다
그는 남성용 소변기에다 ‘샘‘이란 제목을 붙임으로
현대 미술을 그 이전과 이후로 갈랐다
1917년의 일이다

그해 윤이상이 태어났다
서양 음악에 우리 사상과 우리 소리를 결합해
이전에 없던 음악을 작곡하자
콧대 높은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후예들이
그를 현대 음악의 5대 거장으로 꼽았다

통영에는 윤이상을 기념하는 공원이 만들어졌고
(윤이상이란 이름을 쓸 수 없어 공식 명칭은 ‘도천테마공원‘인데 공원 안 건물 이층에 유품도 전시하고 있다
찾아가기 어려우니 멀리서도 잘 보이는 ‘테마 24시 사우나‘를 이정표 삼으면 된다)

유품 중에는 어린 윤이상이 쓰던
조그만 놋쇠 요강도 전시돼 있다
동글동글 온음표를 닮은 듯
달항아리를 닮은 듯
조명을 받아 어여쁘기도 하다

고 앙증맞은 요강 뚜껑을 열고
쫄쫄쫄, 볼일을 보던 꼬마는
그러나 영영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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