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기벤라트는 누가 봐도 뛰어난 아이였다. 얼마나 섬세하고 남다른지는 다른 아이들 틈에서 행동하는 것만 봐도 금방 알 수 있었다. 이제껏 슈바르츠발트"의 이 외진 도시에는이런 인물이 없었다. 그러니까 좁디좁은 이 지역 너머로 눈길을 돌리거나 영향을 끼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는 말이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그런 진지한 눈빛과 영리한 머리, 세련된걸음걸이의 소년이 나왔는지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혹시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 것일까?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한스의어머니는 생전에 줄곧 병을 앓으면서 슬픔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 말고는 다른 특별한 점이 없는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아예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팔구백 년의 역사에서 성실한 시민만 수없이 키워 냈을 뿐, 재능 있는 인물이나 천재는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이 오래된 도시에서 한스같은 아이가 나온 것은 정말 하늘에서 신비스런 불꽃이 내려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 P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