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9시 15분. 애셔 교수는 아마 이 시간에 이 건물에 남아 있는 유일한 교수일 것이다. "시간에 대해 특별한 이론이 있는건 아닙니다. 시간이란 간단하고 실용적인 문제입니다. 제대로 연구를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죠. 이게 유일하고 막강한 시간의 원리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시간이 부족하다면 피상적으로밖에 접근할수 없다는 위험 부담이 있습니다." 애셔 교수는 언제, 아니 정확히 말해 어떻게 수업이 그렇게까지 늘어지게 되었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불행히도 원하는 만큼 수업을 길게 끌고 갈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대다수의 작가 겸 교수들은 애셔 교수의 장편 서사극에 가까운 비평 수업을 미친 짓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허시 펄먼은 애셔교수의 열정을 높이 평가한다. "애셔의 교수법을 존경합니다. 추가보수 없이 정규 시간을 넘겨 일하는 것, 그리고 학생들이 정규 시간을 넘어서까지 자발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한다는 것도요." 그렇다. 애셔 교수는 오후 5시 이후의 수업은 무보수로 진행한다. 그리고 학생들도 그 시간에 참여하기 위해 줄을 선다. 칼아츠는 24시간 학생들에게 열려 있는 캠퍼스라는 데 자긍심을 갖고 있다. 물론 포스트 스튜디오 수업 자체는 아직까지는 제도권 안의 또 다른 제도일 뿐이다. - P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