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엄마 아빠가 다투는 모습을 딱 한 번 본 적이 있어요. 1933년 3월 5일, 오후 무렵이었어요. 그때 나는 5살밖에 안 된 꼬마였지만 그날의 그 장면만큼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답니다. 이른 아침부터 온 마을에 흰 눈이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어요.
우리 가족은 뮌헨에서 그리 멀지 않은 초른펠트라는 작은 도시에 살고 있었지요.
엄마와 아빠는 온갖 악기들로 가득한 상점 한가운데 서 계셨고, 나는 안락의자 뒤에 숨어서 나무로 만든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놀고 있었어요. 부모님이 악기 상점의 주인이었거든요. 아빠는 계속 똑같은 말로 엄마를 설득하려고 애를 썼어요.
"여보 리젤로테, 잘 생각해 봐. 히틀러만이 이 나라를 구할 수 있다니까.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반드시 히틀러를 뽑아야 해. 그가 독일 국민 모두에게 일자리를 줄 거라니까. 그래야우리들이 조국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을 테고."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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