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 현대인과 기독교의 만남을 위하여
손봉호 지음 / 샘터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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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에 새겨진 십자가와 철학적 내지 종교적 뉘앙스를 띤 제목을 보며 경건해지기까지한 느낌을 받는다. 화려한 색채감보다는 극도로 차분한 느낌의 색감 때문에도 일단 마음을 가다듬고 책장을 열어 보게 되었다. 나는 종교를 가진 자로 개신교이다. 그래서 이 책을 대하는 마음이 어렵지는 않았으나, 쉬이 읽히는 책만은 아니었음을 밝히는 바이다. 내용면에서는 깊은 사유가 있고,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거쳐야 할 질문들이며 그것을 담담히 써 내려간 저자의 학식과 신앙적 신념은 확고함을 책을 통해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책 제목을 단순히 읽어내려갈 때와 그 질문이 나의 것이 되어 곰곰히 내면에 묻고 답하기까지는 꽤 진지한 물음이 되고, 또 그 동안의 신앙생활을 돌이키며 스스로를 점검하기에 속도보다는 깊이있는 독서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저자는 책의 중반부까지는 기독교에 대해서, 나아가 신앙과 과학적 관점에서 상충되는 부분을 명확히 짚고 넘어가고자 일정 부분 할애하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요즘 읽고 있는 변증론적 책과 관련한 내용과도 연결이 되어 흥미로웠다. 기독교는 때론 과학적이지 못하고 합리적이지 못하다 하여 비판을 받고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신앙이라는 것에서 모든 것이 과학으로만 설명되는 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비과학적이지만도 않음을 분명하게 말하면서 우리 삶에서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사는 경우가 허다함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 주목한 부분은 스스로에게 던지는 세 가지 질문에 관한 것이었다. 책에서는 6장-8장에서 소개된 내용인데, '나는 누구인가', '왜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가 그에 해당되는 물음들이다. 이같은 질문들은 종교를 가지지 않더라도 철학적 사유와도 맞물리게 되어 책을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굉장히 많이 던지는 질문이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답들은 다양할 수 있는데, 저자는 그에 대한 신념을 담담하게 밝혀가고 있었다. 

 
 먼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인격적인 우리는 그래서 인간다워지는 것이고 어느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존재, 유일한 존재임을 일깨워 준다. 자신의 정체성과도 관련되는데 성경 속 아흔 아홉 마리 양을 두고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아 나선 목자의 비유를 인용하면서 단 한 마리도 하찮게 여기지 않고 귀하게 여겼음을, 즉 '대체 불가'한 존재임을 이야기 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객관적 인식은 대체로 정신적 성숙도와 함께 간다. (p.207)

우리를 그저 여럿 중의 하나로 모두 동일하게 취급하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각각의 이름을 부르시면서 독특한 '너'로 만나려 하신다는 것이다. 하나님 편에서 볼 때 우리들 하나하나는 천하와도 바꿀 수 없는 특별한 존재다. (p.217)

'나'는 누구인가? 그것은 어떤 문장으로 표현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다만 다른 인격체와 '나'와 '너'의 관계를 맺을 수 있을 때 태어나는 것이며, 하나님의 사랑 속에서 천하보다 더 귀한 존재임을 인정받는 것이다. (p.221)

 
 그 다음, 나에 대한 질문에서 정리가 되었다면 내가 왜 사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간다. 저자는 '사랑'에 대해 강조하는데, 교회를 다니지 않더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사랑이 제일이니라'라는 성경구절을 인용한다. 하나님이 보여주신 사랑은 '아가페(p.250)'라고 일컫는다. 사랑을 받아 본 사람이 사랑을 줄 줄도 아는 것처럼 먼저 깨달은 사랑을 실천하는 삶이 가치가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아가페는 능동적인 사랑이다. ...그것은 어떤 대상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또 전 인격이 다 관계되어야 하고 특히 사랑하고자 하는 의지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p.251)

인간의 삶은 의식적인 결단과 의식적인 노력에 의하여 영위되기 때문에 동물의 삶과 다르고 더 고귀하다. (p.259)

 

 마지막으로 살펴볼 질문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절제를 특히 강조했는데 현대에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더 많은 물건들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바빠지고 여유 없는 모습을 빗대어 접근하고 있었다. 그렇게 바쁜 이유에 대해서는 강한 소유욕, 더 많은 소유에 대한 마음이라고 꼽으면서 어느 정도의 금욕은 삶에서 보다 중요한 생각들에 기울일 시간을 마련해 준다는 점을 말한다. 

여기서 금욕이라 함은 모든 욕망을 다 없애고 속세를 떠나 사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독일의 사회학자 베버가 칼뱅주의자들이 행사했다고 하는 '세계내적 금욕(innerweltliche Askese)'을 뜻한다. 그것은 히브리 전통의 전형적인 덕목은 아니었으나 사도 바울은 성령의 아홉가지 열매 중 하나로 취급했고(갈 5:22,23), 하나님의 좋은 사역자가 되기 위해서는 불가결한 것으로 가르쳤다.(고전 9:25)   (p.269)

사랑을 실천하려면 무엇보다도 우선 사랑이 가장 고귀하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p.276)


이렇게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막을 내리기까지 구절구절 삶에 새기고 실제 그렇게 살아가야 할 태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신앙적 내용과 예수 그리스도, 아가페적 사랑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그럼에도 삶에 대한 진중한 고민, 그리고 놓치지 말아야 할 질문들을 던지며 살아가길 응원하는 면에서 권하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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