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살기 힘들까 - 삶이 괴롭기만 한 당신에게 건네는 위로
미나미 지키사이 지음, 김영식 옮김 / 샘터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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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삶에서 위로를 건넨다면 어떤 사람은 따뜻한 말로, 어떤 사람은 묵직한 조언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의 땅 위에 발을 딛고 살며 한시도 소홀한 적 없고 나 자신을 유지하며 살아오는 많은 사람들에게 저자는 후자의 위로를 택하고 있는 듯하다. 


 책 표지가 말해주듯이 많은 여백은 좀 더 통찰을 필요로 한 중심으로의 회귀를 이끄는 부분도 있어, 책을 펼치기 전부터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책 제목에 왜 이토록 무게가 실려있는걸까. 본 내용을 만나기도 전에 약간의 숨고르기가 필요했다. 요즘 육아와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 남편을 내조하며 오롯이 나 자신은 또 나름대로의 역할에 충실하며, 이만하면 괜찮다고 수고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셀프 다독임을 하려던 찰나에 뭔가 브레이크가 걸리는 느낌이랄까. 이 단순한 표지에서 받는 느낌이 그러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툭 내뱉는 한 마디가 정적으로 밀어넣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독서를 즐기고 고요한 나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은 아이의 낮잠과 밤잠을 활용한 시간인데, 이 책을 읽을 때면 가독성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한 템포 늦춰야 소화가 된다랄까, 아무튼 그런 연유로 틈틈이 읽기보단 한번 읽을 때 최대한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읽어내려가려 했다. 저자는 일본에서 출가한 승려로 다른 종교관을 갖고 있지만 인생을 좀 더 산 인생선배로 본다면 그의 말을 납득하기가 좀 더 편해진다. 


 그도 출가를 선택한 것은 삶에 대한 고민과 통찰을 거듭한 결과이리라. 그러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상담을 하면서 다소 진솔하고 직접적인 어조로 조언을 한다. 한편, 이 사람의 사정도 저 사람의 사정도 있다고 생각하는 중립의 입장에서 괴로워하는 심정을 헤아리는 면모가 가히 해탈의 경지에 이른 어른같았다. 어떤 면에선 상식에 너무 기대지도 말 것을 강조하고, 현실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자기결정', '자기책임' 등과 같은 말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아도 될 것을 요구하는 부분은 신선하기까지 했다. 누구나 그러한 덕목을 갖추지 못해 마치 루저인냥 자기를 취급하고 또 자신을 탓하면서 사는 많은 청년 혹은 인생들에게 던지는 예리한 충언처럼 들린다. 


현실은 그런 것으로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 이 세상에서 채울 것을 구한다고 해도 조건에 따라 자꾸 바뀌어버리므로, 그 어떤 것도 절대적인 근거가 될 수 없다. (p.48)


분명 세상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그대로 직업이 된 매우 행복한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세상에 열 명 중 한 사람 있으면 많은 편이 아닐까. 게다가 그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에 종사한다고 그것으로 만세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좋아하는 만큼, 현실에는 괴로운 일도 많다. (p.117)


나는 '물음'과 '문제'를 구별하여 생각한다. '물음'이란 접근 방법이 정체불명의 '알 수 없음'이다. 그것에 비해 '문제'는 어떤 '물음'이 말에 의해 명확하게 되고, 접근할 수 있는 상태로 된 것을 가리킨다.    (p.140)


무턱대고 낙관주의적 발언만 쏟아내지 않아서 오히려 솔직하고 담담하게 들려오는 이야기가 신뢰가 가기도 한다. 반짝반짝 빛날거라고만 일관하는 너무 많은 이야기들에 도대체 우리의 세상은 언제 펼쳐지냐고 반문하는 청년과 사람들이 많은 현실 속에서 이 묵직한 어투가 담고 있는 인생의 의미라는 것. 


 또 하나의 인상적인 부분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가지고 있던 꿈이나 목표를 위해 전진하라는 말에 그보다는 오히려 주변도 돌아보고 현재에서 맛볼 수 있는 소중한 것들도 놓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을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현실에서 너무 벗어나지도 말고 먼 미래에 머물지도 말 것을 강조하며 이도저도 아닌 밋밋한 삶을 추구하는 듯 보이나 여기에 쌓인 내공은 만만치 않음을 책을 펼치면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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