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결정장애 세대 - 기회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
올리버 예게스 지음,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다 - 결정장애 세대를 읽고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되고, 그런 기술들이 우리의 삶을 변화 시키는 걸 보고 있으면, 지금의 사회 속에서 '정적인 것' 따위는 모두 사라져 버렸다는 기분이 든다. 너무나도 짧은 시기에 너무나도 많은 변화를 겪다보니, 무언가를 공통적으로 묶거나, 분석하기가 어려워 졌다. 이러한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세대'라는 개념이다. 물론 이 '세대'라는 것 자체가 애매함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1960년, 1970년, 1980년, 1990년에 20대를 보낸 사람들은, 각 세대만의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으로서 하나로 묶는게 가능했다. 그런데 그에 비해, 2014의 막바지로 흘러가고 있는 지금, 20대를 보내고 있는 젊은이들을 묶을 수 있는 게 과연 무엇일까에 대해서, 쉽사리 대답하기가 어렵지 않나 싶다.
이 책에서는 지금의 세대를 '메이비(maybe) 세대'라고 말한다. 이 책의 제목이 이에 대해 잘 말해주고 있는데, 먹고 살만해지고, 기회도 많아지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음에도, 오히려 어떤 걸 결정해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뚜렷한 주관이나 가치관이 없다는 것 이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초콜렛의 종류가 많으면 오히려 선택 뒤의 만족감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있다. 어쩌면 예전에 비해서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을 하고 그 덕에 누릴 수 있는 것이 많아졌다는 이런 환경이, 오히려 우리의 만족감을 떨어뜨린게 아닐까.
단순히 '결정장애'를 앓고 있다는 것 이외에도, 이 책에서는 지금의 세대에 대한 많은 분석이 나온다. 어느새 우리의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린 SNS에 대한 이야기 부터, 역사에 관해 너무나도 무지하다는 사실, 종교 보다는 과학과 기술을 믿는 다는 것, 그 외에도 사랑, 팝문화, 음식, 정치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저자는 결코 새로운 이론을 펼치거나, 자신의 강력한 견해를 강요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지금의 20대들의 모습을 한 걸음 뒤에서 관찰을 하고, 그것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분석을 한 것 이다. 그럼으로서, 이제까지 지극히나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에 대해, 스스로 한번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 준다.
나 역시 20대의 중반을 보내고 있는, 이 책에서 말하는 '메이비 세대'로서, 이 책에 무척 많은 공감을 하였다. 나 역시, 어떤 물품을 구입할 때, 너무나도 다양한 종류의 상품들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는 편이고, 예전에는 '상식'이라 일컬어 지던 역사 사건들에 대해서, 자세히 모르는 편이다. 종교에 대해서도 부정적이고, 정치에도 무관심하고, 지극히나 개인주의적인 삶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나의 이러한 점들이, 단순히 나만의 특징이 아닌, 우리 세대의 특징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무척 놀라웠다.
이 책을 덮는 순간,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라는 책이 떠올랐다. 벤야민이 당시의 파리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기록했던 책 인데, 그 책을 읽다보면 옛 파리의 모습과, 사람들의 생각, 그 시대의 특징들이 절로 그려진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이 책이, 그저 현대르 분석한 것에서 끝날지 모르겠지만, 훗날에는 지금의 이 시대를 그대로 말해주는, 기념비적인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지금 사회를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현실을 그려내고 분석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한 걸음 물러서서 이렇게 사회를 관찰하고, 우리 세대를 관찰한 이 책을 통해, 우리들 역시 한 걸음 뒤에서 우리들의 객관적인 모습을 좀 더 세밀하게 바라볼 수 있지 않나 싶다. 그 어떤 문제라도,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진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스스로를 진단하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이 책은 그러한 '진단'을 도와주었고, 우리는 이것을 통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나 고민을 해결해 나갈 열쇠를 얻게 된게 아닐까.